이오플로우, 인슐렛과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전
美 법원 영업정지 가처분 인용에 이오패치 판매 중단
이달 메드트로닉과 인수 무산···"소송 추이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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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이사가 11일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오플로우 온라인 기업설명회 유튜브 생중계 캡처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이오패치 자체 개발 항소심서 증명할 수 있어, 보유주식 장내매각 관련해서는 사과드린다.”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 개발사 이오플로우가 경쟁사의 미국 영업침해 소송을 비롯해 미국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과의 인수 무산 등 겹악재를 겪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핵심 제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경영 활동의 존속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주가 급락과 글로벌 기업과의 빅딜 무산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 이오플로우가 풀어야할 과제가 산 넘어 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오플로우는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향후 회사의 사업 지속 향방과 위기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기업설명회에는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가 직접 발표를 맡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오플로우는 인슐린 튜브 없이 환자 몸에 인슐린을 계산해 자동으로 주입하는 ‘이오패치’를 개발한 회사다. 저전력 고성능 전기삼투 펌프(EOP)를 통해 환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을 자동으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달 미국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 인수 결정을 철회하면서 이오플로우 주가는 급락과 함께 하한가를 기록했다. 앞서 이오플로우는 지난 5월 김재진 대표가 보유한 이오플로우 주식 18%가량을 1주당 3만원의 가격으로 메드트로닉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회사는 메드트로닉이 공개매수를 통해 이오플로우 발행주식 전량을 매수하고, 이오플로우를 상장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오플로우-메드트로닉 인수 무산 배경./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오플로우-메드트로닉 인수 무산 배경./ 표=정승아 디자이너

메드트로닉의 이오플로우 인수 철회 결정의 배경엔 미국 인슐렛과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이 발단이 됐다. 인슐렛은 세계에서 첫 번째로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주입기기(제품명 옴니팟)를 출시한 회사다. 인슐렛은 지난 8월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소송을 제기했다. 이오플로우는 웨어러블 인슐린 주입기기를 인슐렛에 이어 두 번째로 제품(제품명 이오패치)을 상용화한 회사다.

인슐렛은 이오플로우의 이오패치를 대상으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걸었고, 미국 매사추세츠 지방법원은 지난 10월 이를 인용했다. 법원은 한국과 유럽연합에서 기존 이오패치를 사용해오던 기존 환자들에 대해선 공급 가능하도록 했으나, 이마저도 2024년 5월 1일부로 판매 종료를 명령했다. 해당 여파로 미국 의료기기 업체인 메드트로닉으로의 인수도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김재진 대표는 “인슐렛의 가처분 신청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소송전”이라며 “항소는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세 명의 판사가 서로 수기하면서 결론을 내리기에 한 판사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법리적으로 맞냐 틀리냐를 검토하게 돼 회사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항소 진행 중이며 플랜B, 플랜C, 플랜D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진 대표는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0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 상환 요청받았다. 이후 이오플로우 거래가 재개된 지난달 16일, 전체 주식담보대출의 절반인 100억원을 먼저 상환하기 위해 이오플로우 주식 66만4097주를 장내 매도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김 대표의 잔여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선 이달 15일까지 반대매매를 유예해줬지만, 김 대표는 담보주식 200만주를 주당 5209원에 장내 매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이오플로우 지분율은 지난 9월 말 18.54%(564만680주)에서 9.79%(297만6583주)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면서 김 대표의 지배력도 크게 악화됐다.

김 대표는 이오플로우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기 위해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대출액을 갚지 못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소유 주식 중 20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당시 회사 장래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주식을 추가로 확보했다”며 “메드트로닉과 계약이 성사될 거란 보장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주식담보대출로 인한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오패치는 전 세계 두 개뿐인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라며 “이런 제품이 필요한 자동 인슐린 주입기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오플로우는 앞서 메드트로닉의 철저한 실사를 통과한 업체인 만큼, 기존 파트너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메드트로닉과의 인수계약 해제는 종지부가 아닌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회사의 사업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이오패치에 대한 회사 자체 개발 증거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라 영업비밀 관련 소송으로 사업을 접게 되는 경우는 아주 희박할 것”이라며 “여러 대책 중 일부는 진행되고 있으며 회사의 경영 지속성에 대해서는 자신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위기는 이오플로우의 생산라인을 가다듬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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