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캐피탈, 3분기 누적 대출액 전년 대비 14.3% 대폭 증가
주요 캐피탈사 대출액 감소···영업환경 악화로 리스크 관리 위해 대출 심사 강화
조달금리 오르고 연체율 상승하는 등 내년 경기 회복 가능성 크지 않아
하나캐피탈, 수익 개선 위해 대출 확대···위험 부담이나 계획 반영해 자금조달 진행

국내 주요 캐피탈사 3분기 누적 대출액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국내 주요 캐피탈사들의 대출액 관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캐피탈사별로 전체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가운데 하나캐피탈이 대출액을 대폭 늘리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 같은 하나캐피탈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향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지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현대캐피탈, KB캐피탈, 신한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하나캐피탈 등 국내 자산규모 상위 5개 캐피탈사 공시에 따르면 하나캐피탈의 3분기 기준 누적 대출액은 전년 대비 14.3% 증가한 9조2148억원을 기록했다. 

5개 캐피탈사 전체 누적 대출액이 지난해 대비 3.4%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타 캐피탈사를 살펴보면 현대캐피탈은 올해 3분기 기준 9조3608억원을 대출액을 취급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한 규모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한 6조7400억원의 대출액을 기록했다. 신한캐피탈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7조9173억원으로 집계됐다. KB캐피탈의 경우 3분기 누적 대출액이 5.7%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요 캐피탈사들이 대출액이 대부분 감소한 이유로는 무엇보다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영업환경 악화로 인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상황에 맞게 대출을 풀기도 조이기도 하는데 현재는 '조이는' 시기라는 의미다.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지속 상승하면서 캐피탈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업을 하는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 회사들은 은행 등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 등 주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여전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오를 경우 캐피탈사의 이자 비용 지급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캐피탈사들의 부실 여신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현대캐피탈, KB캐피탈, 신한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하나캐피탈 등 국내 주요 캐피탈사 5곳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 평균치는 1.88%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18%) 대비 0.7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NPL비율은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고정이하여신 합계액이 여신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연체돼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의 비중을 뜻한다. 금융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로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자산의 비중이 많다고 풀이할 수 있다. 고금리 상황에 경기불황까지 겹쳐지면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캐피탈의 3분기 말 NPL비율은 1%로 전년 동기(0.51%) 대비 2배 가량 올랐지만 전체 평균보다는 낮아 이를 기회삼아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조달환경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부터 조달비용이 상승한 영향이 관찰되는 데다 경기 회복 가능성도 뚜렷하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캐피탈사들의 경우 본업인 자동차할부금융 사업에 카드사,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진출하면서 본업 영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전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 평균 금리가 2~3% 수준인데 현재 수준의 높은 금리로 차환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 전체적인 시장금리가 설령 떨어지더라도 조달비용을 올라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제12회 여신금융포럼에서 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개별 업체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올해 들어 공통적으로 1% 내외로 조달비용 부담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업권 전반으로 조달비용 상승과 대손부담 확대가 이어지고 내년에는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높은 업체들의 추가적인 건전성 저하 가능성도 있어 캐피탈사들의 자금조달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하나캐피탈은 수익 개선을 위해 대출을 확대했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우량기업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했고 자동차금융과 리테일금융(소매금융) 관련 대출잔액이 증가하면서 3분기 누적 대출액이 대폭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하나캐피탈의 행보를 두고 향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독이 되어 돌아올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각 영업부서에서 앞으로 위험 부담이나 계획을 충분히 반영해서 자금조달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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