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간 실적차 좁혀져···고객 다변화 정도가 성과 갈라
한국업체 입지 개선 위해 신기술 영업 박차

현대모비스와 HL만도의 중국사업 매출액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모비스와 HL만도의 중국사업 매출액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와 HL만도가 최근 중국에서 서로 대비되는 실적 추이를 나타내며 달라진 현지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11일 양사의 최근 5년간 중국 사업 매출액을 비교 분석한 결과 현대모비스가 하락세를 보인 반면, HL만도는 성장곡선을 그렸다.

해당 기간 현대모비스가 줄곧 HL만도를 넘어서는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기업간 매출액 격차는 매년 좁혀졌고 올해 세 분기 동안은 거의 대등한 수준을 보였다. 기업별 지난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현대모비스 1조8059억원, HL만도 1조6651억원으로 불과 1408억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HL만도의 연결기준 매출액에는 지난 2021년 자율주행 사업부문을 떼내 별도 설립한 100% 자회사 HL클레무브가 중국에서 거두고 있는 수천억원의 매출이 전액 합산된다. HL만도 관계자는 “신규 먹거리인 자율주행 관련 솔루션을 중국에 공급하며 미래차 부문에서 부가가치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HL만도가 지난 2004년 설립한 중국 텐진 법인. / 출처=만도 네이버 블로그 캡처
HL만도가 지난 2004년 설립한 중국 텐진 법인. / 출처=만도 네이버 블로그 캡처

◇HL만도 “3분기 중국 내 수주 65%가 현지 토종업체”

양사의 엇갈린 실적 추이는 현대차, 기아 외 고객사들을 상대로 펼쳐온 영업활동의 성적표라는 분석이다. 양사는 조향, 제동, 현가(서스펜션) 등 서로 비슷한 품목을 현지에 공급하는 상황에서, 고객사 다변화 수준이 실적 추이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HL만도는 현재 길리(Geely), 장성기차(Great wall motors) 등 현지기업과 돈독한 거래 관계를 유지할 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 중이다. 지난 3분기 중국에서 배포한 실적 IR 자료를 통해 공급계약 수주의 65% 비중을 현지 고객사(OEM)로 달성했다고 밝혔다.

최근 현지 부품사 텐륜 테크놀로지와 전동화 부품 개발·양산을 위한 합작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지속 투자하고 있다. 중국 실적을 개선하는데 성공한 HL만도는 2021년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전무로 승진 임명한 박영문 중국 지역대표를 1년반 만인 지난 상반기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시키며 치하하기도 했다.

중국의 국가별 자동차 부품 수입 추이. / 사진=코트라
중국의 국가별 자동차 부품 수입 추이. / 사진=코트라

◇한국 브랜드 위상 약화는 ‘공통 과제’

양사가 최근 중국에서 희비가 갈리고 있지만, 현지 한국 업체의 전반적인 입지 위축 기조는 공통적인 숙제다.

한국산 부품의 중국 수출실적 감소세가 현지 내 한국 브랜드 위상 약화를 보여주는 단적 사례다. 차량용 부품(HS코드 8708)의 중국 수출실적은 2019년 16억1776만달러(약 2조1335억원)에서 지난해 11억1135만달러(약 1조4666억원)로 3년새 30% 넘게 감소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출액은 8억3030억달러로 연간 10억달러 돌파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두 기업은 지난 2002년 현대차, 기아와 함께 중국에 동반 진출한 후 완성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현대차, 기아에 납품하는 동시에 기술력과 영업능력을 바탕으로 현지 법인과 거래 관계를 구축·확장해 왔다.

하지만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배치 건으로 한중 갈등이 본격화한 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국 브랜드인 현대차, 기아의 현지 판매실적이 급감하며 양사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같은 시점 중국 자동차 시장이 경기 둔화로 위축된 한편 전동화 전환 바람이 일어난 점도 양사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파워트레인, 전동화 등 일부 고부가 핵심 부품에 관한 기술력이 뒤처졌던 현지 부품업체들이 역량을 강화해온 점도 한국 기업 입지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현지 업체들은 민관 공세로 사업을 철수하는 외국 업체의 시설 등을 인수하며 기술을 적극 흡수했다. 이밖에 보쉬, 덴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수십년 앞서 중국에 진출해 현지화에 성공하며 돈독한 파트너십을 맺으며 후발주자인 한국 기업에 설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정부가 외국계 아닌 중국 업체의 현지산 부품만 사용할 것을 자동차 관련 업체에 구두 지시한 사실이 보도되며 한국 기업이 더욱 위축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자국 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진출을 독려하는 한편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하는 중국에서 입지 강화의 묘수를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HL만도도 최근 충칭법인을 설립 8년 만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지 시설이나 조직의 개편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지만, 실적 개선에 고심하는 상황이다.

악셀 마슈카 현대모비스 영업부문장(부사장)이 지난 4월 18일(현지시간) 2023 상해모터쇼에서 ‘The One for All Mobility’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악셀 마슈카 현대모비스 영업부문장(부사장)이 지난 4월 18일(현지시간) 2023 상해모터쇼에서 ‘The One for All Mobility’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모비스·만도 “중국 어렵지만 포기는 없다”

양사는 포기하지 않고 중국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관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4월 중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터쇼에 참가해 기존 공급 제품의 최신 모델뿐 아니라 전장, 전동화 등 첨단 부문의 신기술을 적극 홍보했다.

현대모비스는 행사 기간 동안 지난해 중국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공급수주 실적을 달성한 사실을 밝히며, 올해 이를 능가하는 10억달러 수주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수주 실적과 올해 들어 현재까지 수주 경과를 밝히지 않았지만, 과감한 목표 설정을 통해 현지 공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악셀 마슈카 현대모비스 영업부문장(부사장)은 당시 모터쇼 현장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른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수준의 제품 경쟁력과 안정된 현지 영업, 생산 조직을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HL만도는 중국 공략의 기존 성공 방식인 고객 다변화 기조를 이어가며 추가 투자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기계식 장치를 배제한 첨단 장치인 통합형 전자식 브레이크(IDB)를 필두로 각종 신기술을 적극 알리며 현지에서 기술 차별화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실적을 늘려갈 것이라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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