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조건 등에 대해 약관 아닌 계약서 명시 의무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배달라이더가 처한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업무조건을 약관이 아닌 계약서에 직접 명시토록 의무화한 법안이 발의됐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배송업무 위탁계약 체결 시 배달수수료,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책임 등 배달업무 종사자의 업무조건과 관련된 중요 사항에 대해선 약관이 아닌 계약서에 직접 명시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인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법상 근로자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닌 애매한 신분으로 인해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열린 ‘코로나19 이후 배달 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 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 토론회’에 따르면 배달라이더는 일주일에 5.7일, 하루 평균 9.5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으론 358만원을 벌고 이중 평균 74만원을 경비로 지출했다. 배달라이더 고정지출 규모는 일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큰 수준이다. 

배달라이더로서 직업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2.9점이었다. 만족한단 응답자는 22.4%에 불과했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와 배달기사가 도로를 오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와 배달기사가 도로를 오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배달라이더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제도적 미비도 한몫한단 지적이다. 현행 법령은 생활물류서비스사업자와 종사자 간 공정한 계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장관이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업의 경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플랫폼 사업자와 배달라이더 간 배송업무 위탁계약이 대부분 사업자 일방이 작성한 약관에 대한 동의의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배송업무 종사자들이 충분한 협상력을 가질 수 없어 불공정한 계약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열악한 업무환경에 처할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한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배달플랫폼 사업자의 갑질을 막고 배달라이더의 노동조건에 대한 집단적 교섭력과 개별적 협상력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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