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부광 신임 대표 물색···이우현 회장과 호흡 맞는 인물 예상, 당장 영업적자 호전 시급 
제넥신은 R&D 전문가 조건 내세워···신성빈혈 신약 ‘에페사’ 임상 3상 진행이 현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경영 전환점을 맞은 부광약품과 제넥신이 대표급 경영자를 물색하고 있어 인선 결과가 주목된다. 부광약품은 제약업계 전반에 걸친 경험을 갖춘 인사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넥신의 경우 R&D(연구개발) 전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말이 가까와오면서 제약사와 바이오 업체 임원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능력과 실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물밑에서 찾는 움직임도 파악된다. 하지만 제약과 바이오 구분 없이 이미 대표를 역임한 중량급 인물은 극소수여서 신임 대표로 영입이 가능한 인사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해당 업체 오너와 합치되느냐가 전문경영인 인선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즉, 유능한 전문경영인은 소수인데 이중 업체와 합이 맞는 대표급 경영인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우현 부광약품 대표이사 회장. / 사진=부광약품
이우현 부광약품 대표이사 회장. / 사진=부광약품

부광약품은 지난달 중순 기존 이우현 대표이사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유희원 대표이사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상황이다. 지난해 2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후 올해도 3분기 누적 218억원 영업손실이 이어지자 유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우현 회장이 단독대표를 맡아 부광약품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실적으로 이 회장이 OCI 경영도 맡고 있어 분주하기 때문에 부광약품 사장으로 발령 받은 서진석 OCI홀딩스 대표가 부광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5년생인 서진석 사장은 연대 경영학과와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Y한영 감사총괄본부장과 EY한영 총괄대표이사, Asis Pacific Director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 5월 OCI홀딩스에 영입돼 대표를 맡았기 때문에 사실상 두 업체를 경영하는 셈이다. 이에 업계는 서 사장 체제를 과도기 임시 체제로 분석한다.  

현재 이 회장과 OCI는 부광약품 대표 후보자를 면접하며 적임자를 물색하는 과정으로 알려졌다. 신임 대표에는 이 회장과 호흡이 맞는 인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부광약품 최대 주주 OCI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 회장은 이전부터 바이오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다.  

실제 지난 2018년부터 바이오 사업에 본격 투자한 이 회장은 같은 해 부광약품과 합작법인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하는 등 구체적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 지난해 OCI가 1461억원을 투자해 부광약품 주식 11%를 인수하는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바이오 사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며 전통제약사로 분류되는 부광약품에 변화를 일으킬 전문인력을 이 회장이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영업적자에 시달리는 부광약품 실적을 이른 시간내 호전시킬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 우선 거론될 전망이다.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부광약품을 둘러싼 환경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매출 1009억원과 영업손실 218억원을 기록했지만 반등의 여지는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현재 거래 의약품 유통업체 축소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거래처 정비 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에는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품목허가를 받은 조현병 치료제 ‘라투다정’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상된다. 부광약품 자회사이며 덴마크에 소재한 ‘콘테라파마’가 주도하는 운동이상증 신약후보물질‘JM-010’은 유럽 6개국과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전임 유 대표가 임상전문가였던 탓에 후임자 역시 임상시험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예상되는 측면도 있다. 현재로선 임상을 포함,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의약품 전문가가 부광약품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현재 OCI가 신임 대표 인선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회사 내에서는 관련 하마평이 적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제넥신도 대표급 경영자를 물색하는 상황이다. 제넥신 역시 지난해 4월 대표로 선임됐던 닐 워마 대표가 취임 1년 6개월 만인 올 10월 사임한 후 현재 홍성준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 중이다. 1965년생인 홍성준 대표는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부사장(CFO)과 한독 전무(CFO), 로킷헬스케어 총괄 사장을 거쳐 지난 2020년 제넥신에 합류했다. 그동안 경력에서 확인되듯 주로 재무 업무를 맡아 활동했던 재무통이다. 이에 신임 대표는 의약품 업무에 정통한 전문가가 예상된다.  

현재 제넥신은 R&D 전문가 인선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 찾고 있는 인물은 제넥신과 합이 맞는 분”이라며 “일단 사람에 초점을 맞춰 영입한 후 그동안 경력이나 비전 등을 감안, 직급이나 직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넥신이 R&D 전문가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는 것은 R&D를 주도해 왔던 우정원 사장이 닐 워마 전 대표와 비슷한 시기에 퇴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 사장을 대신해 제넥신의 파이프라인 도입과 R&D를 책임지고 수행할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제넥신 현안인 신성빈혈 치료 신약 ‘에페사’는 조만간 임상 3상을 개시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한국을 포함, 유럽과 아시아 등 11개 국가에서 향후 2년여 기간 동안 진행할 3상에 회사가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이와 별도로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에페사는 현지에서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책임지고 추진할 대표 인선이 시급하지만 제넥신은 시간을 갖고 적임자를 물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넥신 신임 대표를 R&D 전문가 중에서 찾는다고 하면 후보는 줄겠지만 더 엄격한 검증과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끼다로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부광약품과 제넥신이 여러 경로를 통해 신임 대표를 물색하는 가운데 해당 업체와 합이 맞는 인물이 우선 고려될 전망이다. 대표 인선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 정기주주총회까지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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