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개월, 3개월 기준 각각 925억원, 2912억원 설정액 증가
시장 금리 안정에 월배당 투자 수요 증가한 것이 긍정적 영향 분석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가 올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펀드 시장에서는 배당 테마에 자금 유입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고금리와 기업들의 순이익 감소에 배당주 매력이 다소 줄었다는 기존 평가와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최근 시장 금리 하락세와 함께 월배당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이 자금 유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최근 3개월 동안 275개 배당주펀드에 291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한 달 기준으로 보면 925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42종류의 테마형 펀드 중에서 가장 많은 유입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원 가까이 자금이 유출된 것과도 대조된다.

배당주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기존 전망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대적으로 배당주의 매력이 반감됐던 까닭이었다. 이는 국내 배당주뿐만 아니라 미국 배당주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실제 배당주 대비 리스크가 낮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경우 지난 10월 중 연 5.02%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다 금리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타났다. 지난달 13일(현지 시각)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발표됐고,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가 형성되면서 내년 중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시장금리도 방향을 틀었는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1%대까지 내려왔다. 

여기에 월배당 투자 수요가 확대됐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펀드별 설정액 증가 규모를 살펴보면 미국 관련 월배당 ETF(상장지수펀드)의 자금 유입세가 가팔랐다. 미국 증시가 상승 반전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매월 꾸준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수요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미국 월배당 상품인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ETF는 최근 한 달 동안 390억원의 설정액이 증가했다. 이는 배당 테마 중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또 다른 미국 월배당 ETF인 ‘SOL미국배당다우존스’, ‘ACE 미국배당다우존스’에는 각각 290억원, 180억원의 설정액이 증가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에프앤가이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일반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F’에 366억2500만원의 자금이 유입돼 유입액 상위 2위를 차지했다. 다만 이를 제외하면 최근 한 달 기준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된 일반 배당주 펀드는 없었다. 최근 투자자들은 ETF를 통해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짙은데 이번 사례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 유입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고금리 상황에서 채권보다 배당주 관련 상품이 선호되기 위해서는 높은 배당 수익률이 예상되거나 지수 변동성이 줄어드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며 “내년 기업들의 이익 증가폭도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가장 매력이 있는 자산군은 아닐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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