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발표
고금리 영향 가구 부채 증가율 둔화  
저소득만 빚급증, 청년층 집처분 경향
고금리에 가계 이자부담 역대급 폭증 
횡재세·상생금융 은행 폭리 대책 주목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지난해 가구별 이자부담과 저소득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자산 충격은 30대 이하 젊은층이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민들이 고금리로 고통받는 것이 통계지표로 확인되면서 은행권 이자 장사에 대한 정치권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1년 전부다 0.2% 증가해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부채가 있는 가구 비율은 전년 대비 1.3%포인트 감소한 62.1%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2022년 하반기 이후 고금리와 부동산경기 침체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부채 증가속도 둔화는 고금리로 가계들이 빚을 가급적 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반영됐단 분석이다. 

다만, 저소득층은 빚이 크게 늘었다. 소득 5분위 중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가 2004만원으로 전년(1633만원) 대비 22.7% 증가했다. 이는 2013년(26.0%)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2분위(4432만원)와 3분위(7443만원)는 각각 3.7%, 3.0% 줄어든 반면, 4분위(1억1417만원)와 5분위(2억634만원)는 각각 0.3%, 0.4% 늘었다. 

39세 이하 젊은층은 부채가 감소했다. 이는 부동산 활황기 대출로 주택매수에 나섰다 금리 압박을 버티지 못한 영향이 반영됐단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 많은 부분을 부채를 통해 자산을 구입했으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담스럽다보니 집을 처분해 전월세로 이동하는 모습이 많이 있었다”며 “그러면서 부채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39세 이하는 전 연령층 중 자산 대비 부채 비율(29.6%),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140.1%)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계의 이자 부담 상승폭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해 기준 가구 비소비지출 중 이자비용은 1년 전보다 18.8% 상승한 247만원이었다.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전체 비소비지출 중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19.3%로 1.7%포인트 증가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고금리 여파에 따른 결과란 분석이다.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 2021년 7월까지 0.5%를 유지하다 인상을 거듭하며 올해 1월 3.5%까지 치솟았다.  

저소득층 부채 증가가 두드러지고 ‘빚투’에 나선 젊은층이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것이 통계로 확인되면서 은행권 이자장사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 압박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30대 이하 가구주 평균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이 넘어가면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고금리 기조에 편승해 취한 막대한 이익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미 올해 3분기 누적 국내은행이 거둔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2% 증가한 19조5000억원인데 이자이익은 두 배가 넘는 44조2000억원이었다. 전년 같은기간 이자이익 40조6000억원보다도 8.9% 증가했다. 

이에 정부와 여야 모두 은행권 이자 폭리를 제재해야한단 기류가 형성돼 있다. 일단 여당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낮출 상생금융 방안 마련을 압박하는 가운데 국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 논의가 활발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민병덕·양경숙, 기본소득당 용혜인, 무소속 양정숙·이성만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장 최근 발의한 김성주 의원안의 경우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리며 힘을 실었다. 

당초 여당 내에선 횡재세에 전향적인 분위기도 있었으나 민주당에서 사실상 당론으로 치고 나가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다만, 고금리에 편승한 금융사 폭리를 용인할 수 없단 분위기는 여전하다. 횡재세가 추구하는 방향 중 하나가 금융사의 자발적 기금 조성을 유도하는 것이란 점에서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지만 접점 도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진단이다.

이날 금융경제연구소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노동포럼에서 김신언 앤트세무법인 세무사는 “횡재세는 금융권에 자발적 기금을 유인하는 효과를 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며 “이를 위해선 명확하게 법률사항으로 초과이익이 뭔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고정적으로 과세할 수 있는 영구세 기능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횡재는 기업의 정상적 이익 중 하나다. 비정상거래가 아닌 이상 조세가 제재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법적 명확성이 이뤄지지 않은 횡재세 논의는 학술적 연구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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