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달 간 기타금융채 순발행액 4조원 넘어서
여전채 금리 4.9%에서 4% 초반대로 하락···조달 여건 다소 완화
내년 상반기까지 고금리 장기화 전망···조달 환경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기타금융채 월별 순발행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기타금융채 월별 순발행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 이후 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던 여전채 금리가 최근 4%대 초반대로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여전채 금리 하락에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채권 발행도 순발행으로 전환하면서 카드업계의 자금 조달 여건이 완화됐지만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조달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기타금융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4조85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작년 8월(4조415억원)을 넘어선 월별 최대 규모다.

기타금융채는 은행 이외의 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여전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타금융채 발행액은 여전채 발행액과 비슷한 흐름을 나타낸다.

기타금융채는 전월까지만 해도 상환액이 발행액을 앞지르면서 4980억원 순상환된 바 있다. 이는 10월부터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이 폐지되면서 채권 시장에 은행채 물량이 대거 늘어난 데 따른 결과였다. 우량채로 분류되는 은행채 발행물량이 쏟아지자 자금 수요가 은행채로 쏠렸고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여전채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은행채가 여전채 수요를 흡수하면서 여전사들은 더 높은 금리로 여전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고 10월 중 여전채 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 결과 지난 10월 말 기준 AA+ 등급의 여전채 3년물 금리는 4.938%까지 치솟으며 5%에 육박했다. 3월 말 당시 3.9%였던 금리가 반년 남짓 만에 1%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11월 들어 여전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4%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등 여전사의 자금 조달 여건이 완화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AA+ 등급 3년 만기 여전채 금리는 4.123%로 지난달 30일(4.290%) 대비 0.167%포인트 하락했다.

여전채 금리가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조달 부담이 덜어진 카드사들이 발행물량을 늘린 결과 11월 들어 순발행액이 4조원대로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10월 중 여전채 금리가 4.9%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가 최근 들어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채권 발행 여건이 나아졌다”며 “작년에 발행한 여전채 만기가 연말에 돌아오는 것을 대비해 카드사들이 차환 발행을 준비하기 위해 발행물량을 늘린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향후에도 여전사들의 조달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10월보다 자금 조달 여건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내년 상반기까지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보면 통화 긴축 기조가 6개월보다 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전사들이 앞으로 금리가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리가 다소 낮아진 시점에서 단기적으로 채권 발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채 금리가 최근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채가 은행채 대비 상대적으로 발행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여전사들의 조달 여건이 지금보다 더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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