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국책은행 지방이전 요구 법안 발의 및 분위기 조성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위한 산은법 개정안 연내 처리 불투명
지역 표심 의식보다 각 국책은행별 역할과 임무 관점서 효익 따져야

KDB산업은행(위)과 한국수출입은행(아래) 전경 / 사진=연합뉴스
KDB산업은행(위)과 한국수출입은행(아래)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요구하는 법안과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 하에 각 광역자치단체들은 경쟁적으로 유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연내 처리조차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단순 지역 표심을 의식하기보다는 각 국책은행별 역할과 임무 관점에서 효익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광역시 중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BK기업은행의 본사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황 의원은 충청권에 지방은행이 부재한 상황이지만 중소기업 금융 수요는 많다고 지적했다. 대전이 대한민국 교통의 중심지로서 지방 중소기업들의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도 이전 추진의 이유로 소개했다. 해당 법안 발의에는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구갑) 등 대전 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대구광역시도 IBK기업은행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지난 7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기업은행 대구 이전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대구광역시는 IBK기업은행 유치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지난 2020년 8월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광역시에 두도록 하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전과 대구 이외에도 부산, 경남 등 타 지역도 IBK기업은행 본점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KDB산업은행에 이어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유치해 부산 금융허브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상남도는 창원 등에 기업들이 많은 점을 내세우며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인천 부평을이 지역구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대 정부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원을 위해 수은의 부산 해양금융단 설치,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등을 추진한 것에 비해 인천은 상대적으로 관심받지 못했다"며 "수은 본점이나 주요 부서 이전까지 고려한 인천 지역경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야가 우후죽순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본점 이전은 지방경제 활성화와 지역 금융 인프라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곧 다가올 선거를 대비해 지역 표심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실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조차 의결이 보류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내용을 고치는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법안 통과가 불발됐다. 야당 의원들이 산업은행 내부 반발을 이유로 법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이전 역시 KDB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법 개정 등 절차가 많이 남아 있어 결국 쉽지 않을 전망이 나온다. IBK기업은행 경우만 보더라도 중소기업은행법 제4조 1항에 '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규정이 있다.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본점 이전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본사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IBK기업은행 노조는 본점이 지방 이전하면 중기 지원 취지가 퇴색 가능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도 본사 이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 행장은 "기업은행 본점 이전과 관련해 각 지자체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당혹스럽다"며 "자자체 입장에선 메리트가 있겠지만 중소기업 지원 관점에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사업체의 53%, 벤처기업의 65%가 수도권에 있고 중기대출의 66.5%, 총예금의 79.5%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국책은행 지방 이전 문제는 지역 표심이 아닌 기관별 역할과 임무 관점에서 충분히 손익을 따져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으로 이전하면 인구 분산 등 약간의 순기능을 있을 수 있지만 직원 이탈률 증가 등 관련 부작용들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며 "정치적이고 관료주의적 논쟁만 하지 말고 효익을 충분히 분석하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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