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포티지 가세했지만 올해 판매량 저조
디젤 없는 1톤트럭 시장선 인기···“사양화 접어들어”

국산 LPG차 내수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산 LPG차 내수 판매 추이(택시트림 보유 모델 제외).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 최근 포터, 봉고 등 1톤트럭 시장에서 불티나게 판매되는 반면 승용차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엔진의 성능과 연료충전 편의, 타 연료 대체성 등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7일 한국모빌리티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재 택시용 모델이 없는 국산 LPG 차량 6종의 지난 1~10월 판매량은 2만1009대로 집계됐다.

올해 10개월간 월평균 판매량(2100대)을 남은 두 달간 기록해도 지난해 연간 판매량 3만7974대를 크게 밑돈다. LPG 차량 6종 가운데, 지난해 7월 출시된 스포티지(6380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 모두 전년 대비 올해 적게 팔렸다.

기아가 지난해 7월 LPG 엔진 트림을 추가해 출시한 2023 스포티지. / 사진=기아
기아가 지난해 7월 LPG 엔진 트림을 추가해 출시한 2023 스포티지. / 사진=기아

◇업계 “LPG 승용차 판매부진, 신차효과 감소 탓”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신차 출시 효과가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신 모델인 스포티지가 출시된 지 1년 5개월째에 접어들었고 아반떼, 쏘나타, K5, SM6, QM6는 수년째 판매되고 있어 신차로서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김수현 대한LPG협회 부장은 “(승용 LPG 모델의 판매 부진) 원인을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현재 판매 중인 모델 대부분이 노후화하며 전반적인 판매량이 감소한 건 사실”이라며 “신차가 추가되지 않아 고객 선택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 요인으로 중시하는 연료별 모델 판매량을 고려해 LPG 차량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스포티지 1.6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지난 10개월간 판매량은 2만5956대로, LPG 모델의 4배를 넘는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선택한 고객은 출력과 연비, 주유 편의 측면에서 우위인 점을 구매요인으로 꼽았다.

누리꾼 A씨는 “하이브리드차는 더욱 다양한 부품 구성을 갖추다보니 다른 엔진 차량에 비해 더 비싸고 잔고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면서도 “자주 장거리 운행하지 않는 한 LPG보다는 하이브리드차의 연비와 출력이 훨씬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QM6 LPG. /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의 QM6 LPi 모델. /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LPG차 조용하고 유지비 낮지만···“하이브리드차 매력이 더 커”

LPG 모델의 장점이 없지는 않다. 가솔린 엔진과 마찬가지로 연료를 점화시킨 후 발생한 폭발력을 활용해 차량을 움직이기 때문에 운행 중 소음이 덜하다. 또 LPG 연료비가 휘발유의 60% 수준에 불과해 연료 부담이 적고, 파워트레인 구성이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단순하기 때문에 정비 소요가 적다.

이 같은 장점에도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인기가 적은 이유는 갈수록 장점이 퇴색하는 반면 단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차의 주요 연료인 가솔린의 가격이 LPG보다 여전히 비싸지만, LPG 가격이 가솔린 가격보다 훨씬 빠르게 인상되는 추세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4주차 가솔린 가격은 1660.18원으로 4년 전 대비 8% 인상된 데 비해, LPG(차량용) 전국 평균가는 같은 기간 20% 인상된 820.62원을 기록했다.

제조사들이 LPG 엔진을 개선해왔지만 휘발유, 경유 엔진에 비해 모자란 출력을 만회하기 위해 배기량을 높여 고객의 세금부담을 키웠다. 현행법상 배기량 1㏄를 최소단위로 자동차세가 매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엔진처럼 과급기(터보차저)를 결합해 출력을 높일 수 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전동화 추세 속 내연기관 개발 투자에 비중을 싣기는 어렵다.

실제 현대차는 전날 출시한 투싼 부분변경모델(더 뉴 투싼)에 시장 일각의 기대와 달리 LPG 모델을 추가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달 포터 LPG 모델을 비롯해, 기아가 함께 출시한 봉고 LPG 차량은 정부 과제로 개발한 1톤트럭용 최신 LPi 엔진을 탑재한 채 출시됐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두 LPG 트럭은 출시 일주일만에 계약대수 3만대를 넘기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2일 출시한 2024 포터 II.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2일 출시한 2024 포터 II. / 사진=현대차

1톤 LPG 트럭 인기의 주 요인으로 내년부터 정부가 환경규제 차원에서 택배 운송, 어린이 통학버스 용도의 디젤 차 신규 등록을 금지한 점이 꼽힌다. 주로 영업 용도로 1톤트럭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내년부터 사실상 LPG 외 대안이 없어지는 셈이다. 경유, 하이브리드, 전기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선택지가 존재하는 승용차 시장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현대차·기아가 앞으로 LPG엔진 관련 투자의 초점을 1톤 트럭에 맞출 공산이 커졌다. 반면 승용 LPG 차량은 소비자 구매경향, 환경규제, 제조사 개발 방향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사양화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기아는 LPG 차량 수요, 투자 초점 등을 감안해 신차 파워트레인 구성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라인업 구성은) 브랜드가 제안하려고 하는 고객가치와 추구하는 상품성 등에 대한 고민 끝에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한때 LPG 모델로 판매고를 올렸던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최근에는 신차 라인업에 하이브리드차, 전기차만 앞세우는 점에서도 LPG차의 위상 하락이 읽힌다는 관측이다.

택시업계 파업에도 일부 기사들은 정상적으로 영업했다. 서울시내 한 LPG충전소./사진=임재형 인턴기자
LPG 차량들이 서울 시내 LPG 충전소에서 정차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이코노미 DB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LPG 자동차 시장에서 승용차의 존재감이 더욱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휘발유, 경유에 비해 단위당 탄소 배출량이 적은 등 이점이 존재하지만, 전동화 추세에 대응하는 측면에서는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 사례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승용차 시장에서 LPG와 거리두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LPG 승용차는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가치가 떨어질 뿐 아니라 제조사 입장에서도 투자 명분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하이브리드차가 휘발유차, 경유차의 대안으로 쏠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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