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 방향 두고 금융당국 기조 ‘오락가락’
연초 대출금리 인하 압박했지만 가계대출 급증에 다시 금리 인상 유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상생금융에 맞춰 금리를 낮추니 이제는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 됐다. 당장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고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게 아닌가 싶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정책을 두고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토로한 말이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정책은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초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 문제를 지적하며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했지만 이후 낮아진 금리로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은행들에 대출 자제령을 내리면서다.

연초까지만 해도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시중은행을 향해 금리 인하 압박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은 바 있다. 금리 인상기를 틈타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확대하며 역대급 이익을 거두자 이를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가계대출 금리를 전반적으로 인하했다. 1월 초 8%대에 머물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2월 중 5%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금리 인하로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대출 수요가 늘었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유도가 가계대출 증가에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의 기조는 반전됐다. 금리가 낮아져 대출 총량이 늘어나니 이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에 금리 인상을 유도하는 형국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당부대로 대출금리를 낮춘 뒤에 돌아온 건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이라는 낙인이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은 다시 금리를 상향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11월 중 은행권의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7%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금융당국의 금리 ‘청기백기’ 게임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한 데 이어 가계대출 실수요자들의 혼란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시장 개입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개입이다. 은행권만 탓하며 가계대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건 번지수가 잘못됐다. 정책이 안정돼야 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 그간의 시장 개입이 실질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에 도움이 됐는지 원점에서부터 살펴보고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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