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고문, 사모펀드와 손잡고 경영권 분쟁 나서
조원태·조현아 한진칼 경영권 다툼 때와 양상 유사···조원태 경영권 방어로 종결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을 두고 형제의 난이 벌어질 전망이다.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확대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그룹 지주사)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를 매수한다는 것이다. 물량을 모두 매수할 경우 5187억원 상당의 규모다.

현재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조현범 회장이 42.03%를 보유해 최대 주주다. 앞서 지난 2020년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은 조현범 회장에게 자신이 가진 지분 23.59%를 모두 넘기면서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한 바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조현식 고문과 경영권 갈등이 있었지만, 지난 2021년 조 고문이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분쟁이 한차례 종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조 고문은 본인이 소유한 지분과 차녀 조희원씨 지분에 공개매수를 통한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 분쟁에 다시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조 고문과 조씨와 지난달 30일 공개 매수 및 보유 주식에 대한 권리행사와 관련한 주주 간 계약서를 맺었다. 조 고문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18.93%를, 조씨는 10.61%를 보유해 총 29.54%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공개 매수에 성공할 경우 50% 이상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 조원태-조현아 남매의 난과 상황 비슷

조현범·조현식 형제의 난은 앞서 벌어졌던 한진칼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경영권 분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손 잡고 3자연합을 구성해 한진칼 경영권 찬탈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 5.79%를, KCGI는 17.45%, 반도건설 17.15% 등 총 40.39%를 확보해 조원태 회장(지분 25.83%)을 압박했지만, 델타항공을 비롯한 회장 우호 세력과 산업은행 지분 참여로 조 회장 우군 세력이 49.8%에 달해 끝내 분쟁이 종결된 바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산은이 한진칼 지분 참여 조건으로 그룹 경영 투명성 확보와 기업가치 제고를 내세우면서 KCGI가 강조했던 감시자로서의 명분도 사라지게 됐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구성원들도 지분을 매각해 3자연합은 사실상 와해됐다.

◇ 조현범 회장의 높은 지분율에 경영권 방어 수월 전망···우호 지분 등장 가능성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경우 조원태 한진칼 회장 때보다 보유 지분이 월등히 높아 경영권 방어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조 회장 지분은 42.03%이며, 조 고문과 조씨 지분은 29.54%다. 조 고문이 경영권을 가져오려면 최소 12.5%, 최대 20.56%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조 회장은 추가로 지분 8%만 더 확보하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현재 외국인 및 기관 투자, 소액 주주 등 시장에 풀린 한국앤컴퍼니 지분이 약 27%인데 조 고문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공개 매수를 통해 이들 지분 대부분을 사들여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또한 최근 hy(옛 한국야쿠르트)가 한국앤컴퍼니 일부 지분을 매입했는데, 윤호중 hy 회장의 경우 조 회장과 어린 시절부터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후 조 회장 우호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조 회장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추가 지분 매입은 지금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공개매수 첫날인 지난 5일 직전 대비 30% 오른 2만1850원을 기록했다. 지난 6일엔 소폭 하락해 2만75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날도 2만100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상승세가 이어가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공개 매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공개 매수 전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급상승하고 거래량도 많이 늘어난 점을 감안해 선행 매매 세력이 있는지 살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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