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 농산물 13.6% 상승···파·고추 등 김장양념 오름세 ‘두각’
김장트렌드 변화로 수요 늘어난 절임배추도 상승···정부 “수급 안정 되찾을 것”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농산물 인플레이션 여파로 올겨울 김장 부담도 커졌다. 파, 고추 등 양념류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그나마 저렴한 배추 가격도 최근 김장 트랜드 변화로 시민들이 잘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는 수급이 안정적이라고 본다. 가격이 특히 오른 일부 품목도 공급 확대로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물가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소비가 증가하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최근엔 김장을 하는 가정들이 늘어나면서 농산물 수요 증가로 인한 먹거리 물가 압박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전체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오르며 10월(3.8%)보다 오름폭이 줄었으나 농산물은 13.6% 오르며 지난 2021년 5월(14.9%)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 상 일부 김장 재료 품목도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소매가격 기준 지난달 6000원대를 유지하던 쪽파 1kg은 최근 오름세를 지속, 전날엔 평균 7670원에 거래됐다. 1년 전 가격(5829원)보다 31.5% 올랐다. 특히 대파 1kg은 전날 평균 3382원에 팔리며 1년 전(2036원)보다 66% 가량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고춧가루(국산)도 일주일 전 3만265원선에서 오름세를 지속, 전날엔 3만3199원을 기록했다. 1년전(3만74원)보단 3000원 이상 올랐다.

다만, 배추와 무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배추 1포기 평균 가격은 2927원으로 1년 전(2849원)보다는 약간 높지만 평년(3146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무는 개당 1528원으로 전년(2102원)보다 30% 가까이 낮은값에 거래되고 있다. 

깐마늘(국산 1kg)은 지난달 하순 7800원대에서 오름세가 지속, 전날엔 9415원까지 뛰었다. 다만, 지난해(1만1722원)나 평년(9982원) 가격보단 아직 저렴한 수준이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현장 반응도 비슷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배추 10포기에 2만4000원”이라며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상인은 “배추값은 정말 싸다. 지난해 80% 정도 수준”이라며 “무나 쪽파는 가격이 좀 올랐는데 특히 대파, 쪽파는 최근 들어 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양념채소관측팀장은 “평년 대비 대파와 고춧가루는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고, 마늘은 평년보다 가격이 낮은 상황”이라며 “올여름 고온, 집중호우가 많다보니 고추, 대파 모두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추는 도매가격 기준 전년 대비 상승폭이 5% 미만인데 12월까진 비슷한 가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파는 지난달 가격이 상당히 높았는데 출하량이 늘면서 가격이 조금 내려가겠지만 지난해보다 높은 상황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김장 트렌드 변화로 시민들이 느끼는 부담은 좀 더 큰 상황이다. 절인배추, 조리된 김장양념 등 예전보다 간편하게 김장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60대 주부 남모씨는 “예전엔 재료 하나하나 사서 김장을 했지만 요즘엔 산지에서 해놓은 절인배추를 사서 김장을 한다”며 “날배추는 싸졌을지 몰라도 사람 손이 가는 절인배추는 다르다. 작년, 재작년만해도 20포기에 7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9만원 가량 주고 샀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판단은 현장 분위기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10월 하순 이후 출하물량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농산물 수급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본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배추, 무는 주로 출하되는 호남지역 작황이 양호해 이달까지 공급 여건은 안정적”이라며 “일시적 공급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배추 5000톤과 무 3000톤을 수매 비축 중이며 수급불안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념채소류에 대해선 “마늘, 생강은 생산량이 증가해 수급이 안정적인 상황이며, 건고추는 김장이 마무리되면서 수요가 감소해 점차 안정될 전망”이라며 “작황 부진으로 생산이 감소한 대파는 할당관세 물량 2000톤을 연말까지 차질 없이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5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내 배추 판매 지역. / 사진=최성근 기자
5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내 배추 판매 지역. / 사진=최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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