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카드업계 중금리대출 취급액 1.7조원
지난해 말 대비 1조원 이상 늘어
저축은행 대출 문턱 높이면서 서민 대출 수요 카드사에 몰려

카드업계 중금리대출 취급금액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업계 중금리대출 취급금액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해 들어 카드업계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서민들의 대출 수요가 카드사에 몰리는 모습이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1조70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275억원) 대비 171.7%(1조776억원) 급증한 규모다. 취급 건수 역시 같은 기간 7만7786건에서 18만211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우리카드가 지난해 말 24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990억원으로 8배 이상 뛰며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뒤이어 KB국민카드가 657억원에서 2666억원으로 305.9% 늘었으며, 롯데카드도 548억원에서 1699억원 증가하며 210.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취급액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카드로 4257억원에 달했다.

카드사들의 중금리대출 취급실적은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1조2066억원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2배가량 급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1조5977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올해 말에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1조45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1436억원) 대비 53.7%(1조6890억원) 급감했다. 지난해 말(1조5088억원)과 비교해도 3.6% 줄었다.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을 공급한 저축은행 수도 1년 새 33곳에서 30곳으로 줄어들었으며 취급건수 역시 같은 기간 19만4836건에서 8만8384건으로 54.6%(10만6452건) 감소했다.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공급을 옥죄면서 돈을 빌리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카드사에 몰렸고 그 결과 카드업계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중·저신용자가 주 고객층인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며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연체율은 6.15%로 지난 2분기 5.33% 대비 0.8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3.41%)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카드사 역시 지난해보다 연체율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저축은행보다는 관리에 여유가 있는 상태다. 또한 지난해부터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잔액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 중금리대출 수요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로 카드업계의 연체율 상승세가 가팔라질 경우 카드사들 역시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중금리대출 공급을 옥죌 가능성이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그에 따른 풍선효과로 카드사의 중금리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도 카드론 취급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금리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걸 그렇게 기피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앞으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카드사들도 현재의 대출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는 저축은행보다 연체율이나 대손충당금 적립률 등 건전성 관리에 여유가 있는 상태지만 만약 고금리 여파로 부실이 늘어나게 되면서 건전성 지표가 나빠질 경우에는 중금리대출 취급을 줄일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