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미성년자 신용카드 사용 승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금융거래 편의성 제고 및 새로운 활로 개척과 미래 고객층 선점 이점 존재
연체율 증가 등 가계부채 관련 부작용 우려···감당 가능한 한도 내 효율적 소비 습관 미리 들여야

신한카드 마이 틴즈 발급량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가 미성년자 신용카드 사용을 승인하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면서 청소년을 위한 신용카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미래 고객층을 선점하는 등 이점도 있지만 신용카드 사용액이 부채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전용 신용카드인 '신한카드 마이 틴즈' 발급량이 카드가 출시된 첫 해인 2021년 3072매, 지난해에는 1만1418매,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1만1830매를 각각 기록했다. 현재까지 총 발급량은 2만6320매로 2년 동안 카드 발급량만 285% 늘었다. 삼성 ‘아이디 포켓 카드 올해 발급량 역시 지난해 대비 42% 증가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미성년자 대상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당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 미성년자 신용카드 시장 수요가 확인되면서 지난 6월에는 우리·현대카드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추가 지정되면서 미성년자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했다. 우리·현대카드는 내년 상반기 미성년자 대상 가족카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민법상 성년 연령(만 19세) 이상에 한해서만 신용카드 발급을 허용한다. 19세 미만이거나 12~17세 사이 청소년들의 경우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지만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미성년자인 자녀가 가족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특례가 부여된다. 미성년자는 부모 신용을 기준으로 가족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편의점, 교통, 서점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미성년자 대상 신용카드 시장이 신한·삼성카드에서 우리·현대카드로 확장되면서 사용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미성년자가 사용하는 신용카드 발급으로 미성년자의 금융거래 편의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성년자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카드사가 많지는 않지만 도입 목적 중 하나가 결제 편의성 증대인 만큼 소비자 편의성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업계도 미성년자 신용카드 시장 확대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결제한도액이 설정돼 있어 수익성이 큰 상품은 아니지만 청소년기부터 신용카드에 익숙해진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브랜드 및 카드 사용에 대한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모두 미래의 고객들인 만큼 어릴 때부터 사용하는 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자칫 구매습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청소년기에 돈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성년자가 발급받는 신용카드는 부모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급받는 가족카드 형태인 데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가 카드를 사용하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999년에서 2000년에 걸쳐 진행된 신용카드 규제 폐지 정책이 카드사 연체율 상승과 부도 위기를 촉발했던 '카드 대란'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대란은 지난 1997년 말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경기 활성화 측면에서 신용카드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자 카드사들이 부도 위기에 직면한 사태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들이 감당 가능한 한도 내에서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미리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카드업계는 미성년자 신용카드 사용한도를 월 최대 50만원까지로 제한하고 카드 사용 업종을 교통, 학원 등 제한하는 등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한 대안을 시행하고 있다.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달 아동들의 올바른 금융 지식 함양 및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금융'을 주제로 도서를 선정해 신한카드 아름인도서관 및 비영리·공공기관을 이용하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아름인 독서퀴즈대회'를 개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신용카드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카드대란 우려는 기우(杞憂)"라며 "합리적인 금융생활을 위한 훈련과 자기효능감 상승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