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넘나들며 부동산 요직 역임···LH서 정규직 전환 등 공공과 사회적 가치 실현
1년 전 인터뷰서 ‘부동산 과도한 세제 풀기, 재건축 규제 완화’ 필요성 언급 눈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대통령실이 하루 전 2기 내각의 새 얼굴들을 공개한 가운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직에서는 권도엽 전 국토부장관 이후 10년 9개월 만에 내부 출신 장관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태다. 또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박 후보자의 그간 행보와 언행을 두고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년 전 ‘종부세 등 과도한 세제 풀기, 재건축 규제 완화 필요’ 언급 눈길

일단 업계에서는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토부 장관에 취임하면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각종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약 1년 전인 지난해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은 경기 흐름에 따라 생산량을 즉각 조절할 수 있는 제조업과 달리 최소 주택 건설까지 5년은 기다려야 하는 만큼 정책 실패로 인한 영향이 큰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줄이 막힌 건설사는 연쇄 부작용을 몰고 온다며, 활황일 때 이익을 챙긴 건설사를 도와줘야 하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음에도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한 신용보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공기관이 공신력 있는 보증업무로 자금 경색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는 이렇게 위기에 처한 기업의 숨통을 틔워 줌으로써 시장의 공급 생산체계를 지켜줘야 한다고도 밝혔다. 더불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과도한 세제는 풀어주고, 정비사업도 적정한 수준은 지키되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이 같은 견해를 밝힌 시점인 지난해 11월은 부동산 시장이 정점을 찍고 각종 규제에 막혀 거래량은 곤두박질친 때다. 이후 정부가 올해 초 1·3부동산 대책을 통해 네 개 자치구를 제외한 전국 규제조치 해제, 거주의무 개선, 중도금 보증 제한 폐지 등을 내놓아 거래의 족쇄로 작용했던 규제들은 많이 해제되는 등 시장 상황은 달라져 박 후보자의 입장도 이때와는 소폭 달라졌을 순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박 후보자가 취임한다면 현재보다는 규제 완화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전에도 줄곧 규제 완화를 추진한 바 있어서다.

지난달 말 국회 상임위 통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에 대한 규제도 소폭 완화된 가운데, 앞서 박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인 2014년 2월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할 당시 업무보고를 통해 재초환 폐지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바도 있다. 그는 당시 재초환 폐지는 강남에만 특혜가 갈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는 라디오 진행자의 지적에 대해 ‘본인이 뉴스를 스크린해본 결과 비판보다는 기대가 더 많은 것으로 이해했다’며 ‘부동산 시장 거래가 정상화되는 걸 바라지 과열되도록 조장하는 건 아니다. 추수하기 위해 씨앗을 심었는데 싹도 트지 않은 상황에서 곡식이 맛이 있다 없다를 논하는 급한 결정’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실제 출근길에서도 규제완화 의지를 피력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과천정부청사에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길에서 “부동산 시장이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 입장을 갖고 시장을 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줄어 향후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3기 신도시를 조기에 착수하고 재건축 재개발 사업 중 지체되고 있는 것을 빨리 진행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의원들 국정감사장에서 “LH 박 사장, 일 잘하는데 재임하셔야” 호평도

박 후보자가 부동산 시장에는 규제완화 기조를 갖고 부동산 시장을 대했다면 조직에는 사회적, 공공의 가치를 담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인 LH 사장 재임 당시의 행적을 보면 박 후보자의 성향도 추측해볼 수 있다.

박 후보자는 LH 사장 재임 당시 효율성 중심의 경영을 넘어 공공과 사회적 가치를 우선할 것이라며 적정공사비 지급계획 수립 등 건설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 방안을 내놓았다.

일자리 종합계획인 LH 굿잡플랜(Good Job Plan)을 발표하고 공기업 최초 126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공사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인 527명을 신규 채용했다. 공사는 무지개 돌봄 사원(60세 이상 노인) 채용, 청년 대상 창업 인큐베이팅 등을 시도한 점은 지금까지도 높게 평가받는 업적 중 하나다.

또 LH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사회적 가치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 LH의 모든 규정과 지침을 인권·안전 등 12개로 개정해 직원들에게는 업무수행에 공공성을 반영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그 결과, 박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LH 사장으로 임명됐음에도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까지 재임하며 임기를 마쳤다. 임기만료를 앞뒀던 마지막해 국정감사인 2018년도 국정감사장에서는 한 야당 의원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하려면 재임을 하셔야 하는데 재임 생각 있으십니까’라고 물었고, 또 다른 여당 의원 역시 ‘여러 의원들이 박 사장에게 일 잘한다고 연임을 하라고 하는데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년 간 규제로 시장의 거래가 제한되고 정치인 등 외부 인사가 국토부 수장으로 있었던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박 후보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부동산 요직을 다수 거친 전통 관료로 신망이 두텁다”며 “소신을 갖되, 조직과 시장 분위기에 맞게 융통성 있는 스탠스를 취하며 일할 수 있는 적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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