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급 실내에 주행거리 500여㎞···초급속 충전 지원
가격 5000만원 초중반 전망···“디테일에서 승부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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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중형 전기 SUV 모델인 쉐보레 이쿼녹스EV. / 사진=GM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내년 국내 출시를 추진 중인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EV’로 국내 전기차 계보를 이을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내년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에 이쿼녹스EV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모빌리티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지난 10월 GM 한국사업장 측에 문의한 결과 내년 이쿼녹스EV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GM 한국사업장 관계자는 “이쿼녹스 EV 출시 여부에 대해 현재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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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쿼녹스EV의 스펙. / 사진=GM

◇실내공간 아이오닉5에 버금가···1회 충전으로 약 500㎞ 주행가능

이쿼녹스EV는 기존 내연기관 중형 SUV인 이쿼녹스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제원과 파워트레인, 디자인 등 모든 측면에서 다르다. 이쿼녹스EV는 GM과 LG가 공동 개발한 최신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Ultium)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주행, 실내공간, 충전, 운행가능거리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진화한 성능을 갖췄다.

GM은 사내 측정 결과 최고 288마력(사륜구동 기준)의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가속페달만 조작해 이동·정지할 수 있는 원페달 드라이빙을 지원한다. 또한 전장 4826㎜(190인치)에 아이오닉5(3000㎜)에 버금가는 수준인 2946㎜(116인치)의 축거(휠베이스)로 넓은 실내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 5인승 모델인 이쿼녹스EV의 2열 등받이를 앞으로 접으면 적재용량을 1614ℓ까지 확보할 수 있다. 아이오닉5(1591ℓ)를 소폭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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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쿼녹스EV의 운전석 전경. / 사진=GM

이와 함께 이쿼녹스EV는 150㎾의 DC 급속 충전으로 10분 만에 약 113㎞(70마일)를 달릴 만큼의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차 성능에 최적화해 설계된 이쿼녹스EV의 1회 완전충전시 최장 주행거리는 미국에서 전륜구동 기준 약 513㎞(319마일)로 인증받았다. 볼트EV, 볼트EUV가 한국에서 미국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회하는 수준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은 점을 고려하면 이쿼녹스EV도 국내 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공인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쿼녹스EV가 한국 전기차 소비자들의 우선순위 요소인 주행거리, 실내공간, 충전시간 등 측면에서 양호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GM이 이쿼녹스EV의 사양을 세부 공개한 후 국내 전기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GM이 디자인 하나는 잘 뽑는 것 같다” “기본기가 탄탄해보이는데 가격만 잘 나오면 좋겠다”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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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쿼녹스EV의 실내 전경. / 사진=GM

◇국내 출시가 최저 5050만원 예상

이쿼녹스EV의 국내 흥행 관건으로 가격과 출시일이 꼽힌다. GM은 미국에서 이쿼녹스EV를 최저 3만4995달러(1LT 트림)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날 환율 기준 4590만원으로, 볼트EUV가 미국 가격 대비 10% 높은 가격에 국내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 5050만원에 출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GM 한국사업장이 통상 차상위 트림을 들여온 점에 비춰볼 때 수백만원이 더해질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도 고금리, 경기 둔화로 국내 신차 구매 심리가 위축될 전망인 가운데 GM이 보급형 모델인 이쿼녹스EV의 가격을 낮추는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쿼녹스EV가 아이오닉5, EV6 등 국내 인기 전기차와 경쟁하는 동급 모델이기 때문에 국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100% 지급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판매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GM 한국사업장이 볼트EV, 볼트EUV 사례에 이어 이쿼녹스EV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비슷한 가격대의 전기차들 중 상품성의 근소한 차이를 기준으로 차량을 선택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M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의 사양 구성과 가격 책정에 더욱 치밀하게 임해야할 것이라는 뜻이다.

권은경 KAMA 조사연구실 실장은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낮아지면서 기술력을 과시할 고성능보다는 중저가에 실용적인 전기차를 출시하는 방향으로 신차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차량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편의성, 사양 구성 등 작은 디테일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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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쿼녹스EV의 충전구. / 사진=GM

◇전기차 없이 ‘저공해차 보급목표’ 달성 어려워

이쿼녹스EV는 현재 볼트EV, 볼트EUV를 판매 중단한 GM 한국사업장의 전기차 판매실적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모델로 꼽힌다. GM 미국 본사가 실버라도EV, 시에라EV 등 현지 인기 전기차 모델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소형 전기 SUV 2종의 생산을 일시 중단해 한국 수입 물량의 씨가 말랐다.

GM이 현재로서는 두 소형 전기차의 재생산 일정과 생산지역을 발표하지 않아 재출시 시점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내년 양산이 확정된 이쿼녹스EV의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쿼녹스EV는 멕시코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인 GM 라모스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GM 한국사업장이 국내 현행법상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정부로부터 부과받은 상황에서 내년 전기차 없이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질 예정인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그간 가솔린차 중 탄소배출 기준을 충족한 모델을 저공해차 3종으로 분류해 해당 모델의 판매실적을 저공해차 보급실적으로 매겨왔다.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오버, 이쿼녹스 등 일부 모델이 현재 저공해차 3종으로 지정됐다.

다만 내년부터 정부가 엄연히 내연기관차인 가솔린차 중 저공해차 3종인 차량을 저공해차에서 배제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는 한, GM 한국사업장은 2026년부터 2022년 이후 이월된 보급목표 미달 실적에 대한 ‘기여금’을 내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GM 한국사업장은 지난해까지 저공해차 3종과 소형 전기차 판매실적 덕분에 보급목표를 무리없이 달성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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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쿼녹스EV의 후면부. / 사진=GM

기여금 부담 외에도 GM이 완성차 시장 내 전동화 추세 속에서 전기차 모델을 판매하지 않는 것은 브랜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GM 한국사업장 관계자는 “북미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 등 외부 환경 때문에 캐딜락 리릭을 비롯한 전기차 신차의 출시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선보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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