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젠 "미국 국책 과제 수주···정확성·신뢰도 구축으로 자리잡아"
엔젠바이오 "NGS 기반 암 정밀진단 서비스, 병원 위주 런칭 계획"
셀레믹스 "현지 대리점 발굴 방식···거점 마련으로 영업활동 확대"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국내 유전체 분석 플랫폼 기술 기업이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진출을 확장하고 있다. 전 세계 유전체 분석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내세운 전략도 제각각이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반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소마젠, 엔젠바이오, 셀레믹스 등이 미국 현지 진출을 확대 중이다. 

NGS란 인간 유전자 정보 전체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이다. NGS의 등장으로 30억 쌍의 염기로 이뤄진 인간 유전자 전체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15년에서 3일로 대폭 단축됐다.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분석해 질병 진단부터 맞춤치료에까지 도움을 주는 정밀 의료가 활성화되면서 NGS 기술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개인 유전체 분석을 통해 각종 유전질환, 암 발병 여부 등의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NGS는 항암 치료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 번의 검사를 통해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 변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다.  암세포가 갖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 분석부터, 암 진단, 치료 타깃 발굴, 내성 유전자 발견도 가능하다. 환자 개인에게 맞는 적합한 신약 추천도 할 수 있다. NGS를 통해 유전자를 분석함으로써, 환자에게 맞는 항암제를 찾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기관과 병원부터 환자, 신약 개발을 위한 제약업계의 수요 등이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유전체 분석 시장 규모는 2020년 40억달러(5조 2220억원)에서, 연평균 14% 성장해 오는 2028년 117억달러(15조2744억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글로벌 유전체 분석의 핵심시장은 단연 미국이다. 단일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다. 전 세계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0~50%로, 국내 시장 규모의 100배에 달한다. 바이든 정부의 '캔서문샷 프로젝트' 등 국가적 차원의 정책 등으로 정밀 의료가 빠르게 발전 중이기도 하다. 미국 유전체 분석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의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유전체 분석 기술 기반 기업이 각기 미국 시장을 타깃하고 나선 가운데, 기업별 진출 전략도 주목된다. 

마크로젠의 미국 자회사 소마젠은 미국 정부 기관 수주, 유전체 빅데이터 보유 등을 내세웠다. 소마젠은 미국 진출의 원조 격이다. 2004년 메릴랜드주 설립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19년간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2011년 NGS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14년엔 클리아 랩(미국 실험실표준인증연구실, CLIA LAB) 인증을 받았다. 

클리아 랩은 FDA가 질병 진단·예방·치료를 목적으로 임상검사를 실시하는 실험실에 대해 정확도·신뢰도 등을 검증하는 표준 인증제도다. 클리아 랩을 통하면 병원 등 의료기관으로부터 검체 분석을 의뢰받아 수행할 수 있다. 이에 클리아 랩 인수나 인증은 국내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는 하나의 경로로 사용된다. 

특히 오랜 현지 업력과 미국 정부 프로젝트 참여 등으로 높은 신뢰도를 구축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대해 소마젠 관계자는 “미국 정부 기관의 프로젝트에 지속 참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유전체 분석 사업 등을 수주하며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모더나 등 글로벌 빅파마를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전체 데이터는 굉장히 중요한 개인정보가 담긴 것”이라며 “개인 정보이다 보니 글로벌 빅파마나 미국 국립보건원(NIH) 입장에서는 신규 기관에 본인들이 지닌 환자 샘플을 맡기는 게 꺼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마젠 역시 자리 잡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소마젠은 타사와 다르게 병원,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미국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그 수요 캐파(크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소마젠은 병원, 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NGS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존스홉킨스, 보스턴, 뉴욕 병원 등 굵직한 병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엔젠바이오는 NGS기반 정밀진단 플랫폼으로 미국 진출에 나선다. 오는 2024년 미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NGS 암 검사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환자 개개인의 유전정보 등을 토대로 환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밀 의료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영역이 NGS 기술 기반의 암 정밀진단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 클리아 랩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클리아 랩을 통해 엔젠바이오의 정밀 진단 패널을 이용해 미국 현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NGS 암 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엔젠바이오의 NGS 기반 고형암, 혈액암, 유방암 정밀진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에는 지역을 거점으로 클리아 랩이 형성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미국 클리아 랩은 인수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미국 어느 주인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NGS 암 검사 서비스 보험수가가 한국의 약 5배인 5000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셀레믹스도 해외 NGS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본사에서 해외영업팀을 꾸려 기술기반의 영업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현지의 경쟁력있는 대리점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특히 미국과 인도 현지에 거점을 마련하고 병원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셀레믹스 관계자는 “현지에서 빠른 대응을 위해 거점을 마련했다”며 “해외 NGS 시장 규모의 성장성이 국내 시장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진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출 결실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엔젠바이오의 3분기 연결 기준 수출 제품 매출액은 1억6197만원이었다. 셀레믹스의 2023년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제품 수출 매출액은 8억5700만원, 서비스는 5억1700만원 규모로 나타났다. 소마젠의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 1842만달러(240억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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