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전망 우세···변동금리가 유리
차주 선택도 변동금리 우세···금리 인하 기대감 주효
변동금리 선택해도 코픽스 상승 추세 따라 당분간 이자 부담 가중
시장 상황이나, 대출 종류, 만기 등 변수 고려해야···대환대출 조언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국내 시중은행 평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5개월 연속 증가한 가운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두고 어떤 쪽을 선택할지에 대한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면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유리해보이지만 시장 상황이나, 대출 종류, 만기 등에 따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평균 주담대 금리는 4.56%로 전월 대비 0.21% 급등했다. 주담대 금리는 5월(4.21%) 이후 5개월째 오르고 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모두 전월 대비 상승했는데 상승폭이 각각 0.23%포인트, 0.13%포인트로 차이가 컸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0.15%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고정금리 기준인 은행채 5년물은 0.28%포인트 올랐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농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SC제일은행‧하나은행‧기업은행‧국민은행‧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시중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0월 연고점 수준인 4.8%대까지 상승했다.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로는 미국발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연 5%를 돌파하는 등 장기 시장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서정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은행채가 미국 국채 금리 영향을 크게 받으며 올랐다"면서 "11월에는 은행채 금리가 내렸지만 코픽스는 올라서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평균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53%, 변동금리는 연 4.64% 수준이다. 현 기준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낮게 형성됐지만 당장 이자를 적게 낼 수 있다고 해 고정금리를 택하는 것은 섣부른 결정일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6개월마다 바뀌는 변동금리가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리 향방의 열쇠를 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최근 경기 위축 조짐과 고용 시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금리를 더 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9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이달까지 동결하면 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게 되는 만큼 금리 인하 전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차주의 선택도 변동금리였다. 현재 잔액 기준으로 보면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에 달했다. 고정금리는 30% 수준에 불과했다. 높은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대출자들이 변동금리를 받기 시작한 이유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주효했다는 분석인데 현재 고금리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1년 뒤 금리가 내려갈 것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집값 바닥론까지 나타나면서 변동금리 대출 수요가 커진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대 주장도 제기된다. 당장 변동금리를 받는다고 해도 약 1년은 이자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어서다. 실제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기준금리가 7연속 동결된 가운데에서도 10월에 연고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은행의 조달금리가 높아진 영향이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게 되면 코픽스 금리 영향을 받게 되는데 현재도 코픽스 금리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내년 말까지는 지금처럼 금리가 변동되는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가 꽤 벌어진 현 시점을 감안해 주담대를 받을 경우 일단은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 나온다. 3년이 지나 중도상환 수수료가 면제되는 시점에 갈아타도 늦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리 인하를 하더라도 내년 1~2차례(0.25~0.50bp)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에 금리 차를 만회할 만큼 금리가 떨어지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이자 비용이 현저히 적은 혼합형(고정형)을 선택하고 금리가 충분히 떨어지면 그때 다시 변동형이나 혼합형으로 대환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주담대 대출이라고 해도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상품이 있고 이와 반대인 상품도 있다"며 "상황에 따라 금리 선택 기준이 다른 만큼 돈 빌리는 시점의 금리를 잘 비교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