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기금 추가할 전망···'상생금융 패키지'
한 번 내린 보험료 다시 올리기 어려'워
'보험료 인하폭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해석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추가로 조성할 것을 검토해 관심이 모인다. 일단 사회적 약자층에 지원할 자금을 마련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보험료 인하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심 끝에 마련한 방안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6일 상생금융 방안 마련을 위한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두 금융당국 수장은 지난달 27일 17개 은행 수장들을 만나 상생금융 방안을 촉구한 바 있다. 생명·손해보험업계는 당국이 납득할 만한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이 깊은 분위기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 2%선의 인하와 함께 약 1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 손보사와 중소형 손보사의 상황이 다른 만큼 일괄적인 2% 인하보다는 기준을 2%로 잡고 보험사별 사정에 맞게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사회공헌기금은 소상공인 대출금리 인하 등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당초 손보사들이 사회공헌기금을 준비할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금융권의 관심은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쏠렸다. 손보사들은 올해도 자동차보험으로 대규모 이익을 거뒀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손보사 ‘빅4’의 올해 10월까지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 평균은 78.28%을 기록했다. 올해도 손익분기점인 손해율 80% 아래를 기록한 것이다. 

손해율 개선 덕분에 대형 손보사들의 3분기 누적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817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4% 또 늘었다. 이에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료를 크게 내리길 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3% 이상의 보험료 인하를 제시해야 금융당국이 납득할 것이란 이야기다. 4% 인상을 원한다는 소문도 있다. 

일각에선 손보사들이 사회공헌기금이란 ‘플러스 알파’를 준비한 이유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수준을 올해 초 수준으로 묶어두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손보사들은 올 초 자동차보험료를 2.1~2.5% 인하한 바 있다. 손보사들은 2%를 초과해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면 향후 자동차보험 사업이 큰 타격을 입는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보험료는 인하는 쉽지만 다시 올리기는 쉽지 않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하고 있는 상품의 보험료를 다시 올리면 그만큼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규모 수해,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기 어렵다.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도 재보험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켰기에 재해가 발생해도 보험사들이 입을 타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 명분으로 내세우기엔 약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8월 서울·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입은 손해는 크지 않았다. 

다만 사회공헌기금 조성 방안이 받아들여져도 총 액수는 1000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손보사들은 올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자동차보험 뿐만 아니라 전체 보험영업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IFRS17 적용 관련 ‘가이드라인’ 적용 방식도 보험사들의 사정을 많이 봐줬다는 평가가 많다. 가이드라인 적용을 올해까지만 소급해 적용하도록 해 일부 손보사들이 입을 충격을 완화해준 것이다. 상생금융 만큼은 당국이 크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보사들의 경영 상황이 생보사들보다 좀 더 낫기 때문에 상생금융 방안의 총 규모도 더 클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손보사들도 어쨌든 이익을 계속 늘려나가야 하는 기업들이기에 상생금융에 지출할 액수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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