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패키징 독자 기술로 경쟁력 확보
마이크론은 TSMC에 HBM3E 패키징 외주 줘

올 초 천안온양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사진=삼성전
올 초 천안·온양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3사간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당분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차세대 HBM 패키징 영역에서 기술을 확정 지은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뚜렷한 솔루션을 내놓지 못했단 평가다.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이란 패키징 공정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패키징 선두업체 TSMC에 HBM 패키징 외주를 주고, 차세대 제품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HBM 패키징에서 TSMC와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비전도성 접착 필름(NCF)을 활용한 열압착(TC) 본딩 방식을 내려놓고, 외주를 통해 새로운 공정으로 전환하겠단 계획이다.

TSMC는 HBM 패키징 기술 중 현재 가장 높은 난도의 공정으로 주목받는 하이브리드 본딩 선두업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서로 성질이 다른 두 개의 칩셋을 다이렉트로 붙여 그 사이를 실리콘 관통전극(TSV)으로 연결해 접착하는 방식이다. 입출력(I/O)과 배선 길이 등을 효과적으로 개선해 비용 효율성이 높단 장점이 있다.

마이크론은 이미 지난 7월 TSMC의 3D 패브릭 얼라이언스(3D 적층 패키징)와 협력으로, HBM3E(5세대) 제품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회사는 현재 엔비디아와 8단 24GB 용량의 HBM3E 품질시험 중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12단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기존 TC-NCF에서 신공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한계를 느꼈던 것으로 안다”며 “차라리 돈을 주고 TSMC에 외주를 줘서 12단 이상 제품으로 가자는 의사결정이 빠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HBM3E 샘플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HBM2(2세대) 제품까지 TC-NCF 공정을 활용하다가 HBM2E(3세대)부터는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 기술을 도입했다.

MR-MUF는 여러 칩을 대형 오븐과 같은 장비에서 한 번에 납땜하고 난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해 굳히는 방식이다. 기존 TC-NCF 방식 대비 적층에 필요한 압력을 낮출 수 있고, 범프를 용해한 뒤 원하는 위치에서 굳히는 게 가능하단 장점을 지닌다. 칩 하나하나에 압력을 줘야 하는 TC-NCF와 달리 한 번에 많은 칩을 만들 수 있어 대량생산에도 유리하다.

SK하이닉스는 MUF 소재와 몰딩 관련 특수 장비 및 금형 기술 등 특화 제어 기술을 다수 보유했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공정을 도입한 후 당초 60~70% 수준이었던 후공정 수율을 끌어올려 생산성이 크게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아직 TC-NCF 방식을 활용해 HBM을 제조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MR-MUF 방식을 시도했으나, 해당 공정에서 휨(Warpage)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현재 라인 투자가 TC 본딩 방식으로 대부분 깔려 있어서 MR-MUF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며 “차세대 제품을 위한 패키징 기술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12단 HBM 제품까지 TC 본딩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다, 이르면 2025년 양산할 HBM4(6세대)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한 단계이지만, 실제 양산에 들어갔을 때 수율 확보와 양산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마이크론과 달리 파운드리가 있어 TSMC에 패키징 외주를 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채찍질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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