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테스트 후 미청약 시 건당 30만원 청구 검토
이달 서빙로봇 할인·판매 정책금 확대···‘재고털이’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가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 저조한 실적을 낸 인공지능(AI) 로봇사업을 ‘조건부’로 유지하기로 했다. ‘AI 배송 로봇’을 제외하는 등 상품군은 축소하고, 위약금 및 판매가 협상 불가 조건을 내걸어 ‘수익성’은 강화하는 형태다. 이에 앞서 KT는 이달 임대형 ‘AI 서빙 로봇’의 가격을 월 10만원가량 인하하고, 영업 현장에 정책 지급 금액을 두배로 인상하는 등 기존 보유 중인 로봇의 재고털이에 나섰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도 로봇사업 방향’을 영업 현장에 공유했다. 현재 KT는 음식점이나 호텔에서 서빙을 돕는 AI 서빙 로봇과 사업장에서 살균 및 소독을 하는 ‘AI 방역 로봇’, 호텔·병원 등에서 물품을 운반하는 ‘AI 배송 로봇’ 등을 현대로보틱스, 베어로보틱스, LG전자 등에서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특히 AI 서빙 로봇의 경우, KT는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해당 로봇을 약정 기한에 따라 월 60만원(부가세 별도)에서 최대 95만원을 받고 빌려주는 임대형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KT는 내년 로봇사업의 방향성을 ‘상품 축소를 통한 리소스 최적화’와 ‘비용절약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방침을 정했다. 먼저 AI 서빙 로봇은 판매를 지속하되, AI 배송 로봇(실내·실외용)은 대형사업 또는 ‘배송로봇+서빙로봇 통합’ 형태에 한해서 판매할 예정이다. 사실상 AI 서빙 로봇에 집중하겠단 것이다.

또 KT는 위약금 및 판매가격에 대한 협상 불가로 정하고, 로봇 상품 사전검증(PoC)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PoC 후 미청약 시 건당 30만원 수준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 KT 관계자는 “보통 계약 전 매장에서 일주일가량 로봇을 테스트해보는데, PoC 후 미청약 시 비용을 청구한단 건, 로봇을 사전 체험해보고 구매 안 하면 비용을 청구하겠단 것”이라며 “사실상 현장에서 로봇을 판매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KT는 로봇 판매와 개통 병행이 가능한 ‘종합 대리점’을 확대한다. 종합 대리점 자격 요건을 판단할 때, 이달 로봇 판매 실적은 2배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최근 현장 영업 직원들에 공유한 ‘12월 정책’에 따르면 이달 한시적으로 LG전자의 서빙로봇(LG클로이)을 36개월 약정(임대형)에 한해 10만원 할인 판매한다. 기존 월 60만원에서 월 50만원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또 실적 확대를 위해 지급하던 정책 지급 금액을 기존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한시적으로 인상한다.

이같은 정책 변경은 그간 저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한 AI 로봇 사업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섭 KT 대표가 평소 업무보고 등 자리에서 ‘비용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온 만큼, 할인 판매 및 정책 지급금 확대 등 영업 방식의 지속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대표는 앞서 업무보고 과정에서 영업 임원들에게 “그렇게 돈을 다 써가면서 하면 영업을 누가 못하느냐”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관련 임원들이 김 대표에게 우려를 표하자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란 지적도 했다고 한다.

한편 KT의 AI 로봇사업은 구 전 대표가 2021년 영입한 이상호 로봇사업단장(상무)이 계속해서 이끈다. 다만 로봇사업단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 따라 송재호 전 부사장이 이끌던 ‘AI·DX융합사업부문’에서 신수정 부사장이 이끄는 ‘전략·신사업부문’ 산하로 편재됐다. 조직명도 ‘AI 로봇사업단’에서 ‘로봇사업단’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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