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소형 SUV, 정통 SUV 정체성 가졌지만
도로 충격 잘 흡수···곡선서 중형차급 ‘안정감’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GM의 소형 SUV 모델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GM 한국사업장이 ‘효자 모델’ 중 하나인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 쉐보레는 트레일블레이저에 브랜드 특유의 정통 SUV 감성을 적용했지만, 도심 등 일상적인 구역에서도 고객에게 안락한 탑승경험을 제공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측면부. / 사진=최동훈 기자

최근 트레일블레이저의 최상위 트림 RS(이하 트레일블레이저)를 시승했다.

GM 한국사업장이 지난 7월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라는 명칭으로 출시한 부분변경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는 이전 모델과 같은 구동장치(파워트레인)를 갖췄지만 실내외 디자인이 일부 변경되고 첨단사양을 기본 탑재한 특징을 보인다.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후면부. / 사진=최동훈 기자

기존 모델을 보유한 고객이 신모델에서 발견할 수 있을 만한 신규 요소로 더욱 날렵한 인상을 보여주는 헤드램프와 전면부 그릴 포인트, 리어램프 디자인 등을 꼽을 수 있다. 실내에서는 8인치 컬러 클러스터(계기반)와 11인치 중앙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가장 큰 변화요소다. 새로운 형태와 화면 구성을 갖춘 두 화면이 차량의 세련미를 더했다.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1열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2열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실내공간 크기와 주행성능은 기존 모델과 같다. 전자동 시트가 장착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1열은 키 큰 사람도 여유롭게 탈 수 있을 만큼 널널하다. 반면 시트 높이가 고정된 2열의 머리공간은 탑승자에 따라 좁을 수 있겠다. 2열 시트를 앞으로 접었을 때 트렁크 플로어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차박을 즐기거나 짐을 싣기 편하다.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2열 시트 등받이를 앞으로 접어 확보한 실내공간.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기어 콘솔. / 사진=최동훈 기자

◇오르막길 가뿐, 엔진음 거의 안 들려

트레일블레이저의 강한 힘과 노면 충격 대응 능력은 포장도로(온로드)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번에 탑승한 모델에는 파워트레인으로 1.35L 터보 가솔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m의 구동력을 발휘한다. 도로에서 시원시원하게 내달리고 오프로드를 가뿐히 돌파하는 한편,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스펙이다.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엔진룸. / 사진=최동훈 기자

실제 도심과 외곽 지역을 오가는 동안 트레일블레이저의 양호한 주행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 용산구와 경기 가평군, 남양주시를 지나는 코스를 달리며 차량 성능과 연료효율을 체험했다.

멈춰있는 차량의 주차 브레이크를 해제하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가 힘 있게 전진하기 때문에 서서히 페달을 조작할 필요가 있다. 지하 주차장의 오르막길을 가뿐하게 오르고,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운전석 레그룸. / 사진=최동훈 기자

가속할 때 몸이 뒤로 살짝 밀려날 정도로 강한 토크를 발휘한다. 무단변속기를 장착한 것처럼 매끄럽고 신속하게 속력을 끌어올린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가 다시 밟으면 낮아졌던 엔진회전수(rpm)가 속력에 맞춰 다시 높아지는 상황에서 변속 충격이 아주 미미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주행감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

브레이크 페달은 지그시 밟고 있어도 제동력이 확 튀어오르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속력을 빠르게 낮춘다. 페달은 약한 탄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조작해도 발목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 RS트림에 장착된 콘티넨탈 프로콘택트 TX 19인치 타이어. / 사진=최동훈 기자

◇급커브서 브레이크 안밟아도 안정적···연비 15㎞/L 넘어

선회 주행 능력도 트레일블레이저의 장점 중 하나다. 나들목 같이 구부러진 구간을 시속 50㎞ 안팎의 빠른 속력으로 지나도 몸이 회전 반대 방향으로 잘 안 쏠린다. 동시에 차 길이가 짧아 운전대를 조금만 돌려도 운전자 의도대로 차량 방향이 잘 수정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구간을 벗어날 수 있다. 차가 급커브를 돌 때 자동으로 바퀴에 제동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위태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트레일블레이저보다 더 큰 차를 운행하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안정감이다.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센터콘솔 후면부. 작은 수납공간과 C타입, USB 단자가 탑재됐다. / 사진=최동훈 기자

오프로드를 안정감있게 주파할 수 있는 능력은 굴곡진 포장 도로에서도 유용하다. 맨홀 뚜껑같이 패인 곳을 한쪽 바퀴로만 지나거나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 이어지는 2차 충격 단계에서 차체가 수평을 부드럽게 되찾기 때문에 덜 울렁거린다. SUV와 세단의 주행 능력을 고르게 갖춘 크로스오버를 떠올리게 만드는 성능이다.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를 타고 54km 가량 운행한 후 기록한 연비(15.5km/L)가 클러스터에 표시됐다.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실제 연비는 공인 수치(복합 11.6㎞/L)를 능가한다. 꽉 막힌 서울 도심을 지나 남양주시에 도착했을 때는 공인 수치와 거의 동등했다. 이에 비해 교통량이 적지만 구불구불한 길과 경사로, 과속방지턱이 수시로 나타나는 가평군 일대를 지나온 후 15㎞/L를 넘는 연비를 기록했다.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에 탑재된 후방카메라로 비춘 화면이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 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트레일블레이저의 각종 보조사양은 차량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차선이탈보조 기능이 적용돼 있기 때문에 일정 속력 이상으로 달릴 때 차선을 순간 벗어나지 않도록 잘 운전해야 한다. 다만 차량 스스로 앞차와 간격을 조절하며 달리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매끄럽게 잘 발휘한다. 무선으로 안드로이드폰을 연결하고 스마트폰을 무선충전하며,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C타입 단자가 탑재된 점도 소소하지만 편리한 기능들이다.

부가세를 포함한 트레일블레이저 트림별 시작가는 ▲LT 2699만원 ▲프리미어 2799만원 ▲액티브 3099만원 ▲RS 3099만원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