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정 투명하게 알려야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무소식이 희소식.’

잘 지내고 있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을 방법이 많지 않았을 때 등장한 표현이다.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은 전달할 만한 큰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무소식이 꼭 희소식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1상 진입, 제품의 중동진출 등의 소식은 자주 들린다. 하지만 이후엔 들려오는 소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근황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것은, 신약 개발이 단순히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장기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기업 A를 보자. 한 파이프라인의 미국 임상 2상을 마무리한 후 더 이상 관련 소식이 없었다. 유럽에서 계획하던 다른 후보물질의 임상 1상 시험은 계류 상태다. 연구과제로 내세웠던 파이프라인이 개발 현황에서 삭제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임상 2상 시험까지 진행된 파이프라인의 진척 상황도 알 수 없다. 임상시험이 종료된 후에도 관련 데이터나 결과가 한참 늦어지기도 한다. 

이는 어떤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인정은 하지 않으면서 "유감이다. 송구스럽다"만 반복하는 행태처럼 느껴진다. 실패를 실패라고 발표하지 못하고, 중단과 포기 선언을 하지 않는다. 그저 슬그머니 어느 순간 관련 소식이 사라진다. 

단지 선택과 집중 전략 때문에 개발을 뒤로 미룬 것일 뿐인 파이프라인도 분명히 있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가 그렇다. 타깃으로 하는 시장 크기도 작고, 큰 비용이 드는 만큼, 상업화 가능성이 큰 치료제의 우선 개발을 위해 전략상 잠시 미뤄지는 경우다. 

그러나 보류 상태에 대한 설명이 마땅치 않은 경우도 많다. 아예 해당 파이프라인을 정리한다는 소식은 국내에서는 더욱 드물다. 몇몇 국내 기업에 ‘안되는 것을 어떻게든 후기 임상까지 끌고 간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 여기서 나온다.  

이는 소식 자체에 영향을 받는 국내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상을 찬찬히 뜯어 살펴보기보다, 일단 들려오는 소식 하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많은 기업이 관련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상업화된 것은 소수이며, 실패와 포기 선언보다는 조용히 사라지기를 택한 파이프라인이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이와 반대로 미국 임상 2상이 한때 잠시 중단되며 실패의 두려움까지 거론될 정도로 분위기가 시끄러웠던 한 기업의 파이프라인은 현재 기대주로 꼽힌다.

업계의 명료함이 필요하다. 객관적 사실, 이유, 현황, 추후 계획과 전략 등이 들어간 소식이 필요하다. 들을 수 있는 성숙한 환경도 갖춰야 한다. 소식의 실상을 분별할 수 있는 차분한 분위기를 갖추어야 업계 또한 명료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게 된다. 

무소식이 희소식은 아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