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금통위, 7회 연속 금리 동결
“금통위원 6명 중 4명 추가 인상 가능성 열어둬”
“물가 2%대 수렴 시기, 내년 말이나 2025년 초”
“미국보다 물가 2%대 수렴 시기 빠를 것으로 예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긴축 기간이 6개월 이상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대까지 수렴하는 기간이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반 정도로 예상되면서 고금리 기조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보면 통화 긴축 기조가 6개월보다 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번까지 7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번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6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 총재가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대에 수렴하는 시기가 내년 말 이후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기가 본격화된 이후부터 통화정책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까지 수렴하는 기간을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로 예상한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저희가 미국보다는 2%로 빨리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언급돼 온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하겠다는 문구는 이번 금통위에서 ‘충분히 장기간’으로 수정됐다. 또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는 삭제됐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오래 긴축 기조를 가져가겠다는 뜻”이라며 “통화정책방향에서 ‘상당 기간’ 등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문장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입장에서도 통화긴축 장기화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드러났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2명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나머지 4명은 3.75%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중 4명은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비용 상승 파급 효과로 불확실성이 있기에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말했다.

지난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던 위원 1명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철회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 수가 줄긴 했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이 사라지면서 긴축 기조가 더 공고해진 셈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던 금통위원 1명이 이번 회의에선 해당 의견을 철회했다”며 “당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있고 유가도 많이 튀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인식이 더 많이 자리 잡았고 중동 전쟁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주변국의 많은 나라들이 중동 전쟁을 확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여 국제 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기 때문에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불확실성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급증 우려에 대해서는 가계부채의 절대액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 절대액이 늘어나지 않게 정책을 쓰면 오히려 성장률이 낮아지고 금융 불안을 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가계부채는 장기적으로 GDP 대비 비율을 줄여나가야 하는 만큼 절대액을 보지 말고 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보고 판단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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