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최측근 임원들, 본부장·계열사대표로 이동
MB 특보·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특검보 출신 부사장 영입

김영섭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김영섭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8월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김영섭 KT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30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선 구현모 전 KT 대표 등의 비위 혐의에 연루된 임원 및 ‘허수영업’을 단행해 수차례 지적받아 온 임원에 대한 퇴출이 이뤄졌다. 김 대표가 ‘쇄신’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CEO지원담당(옛 비서실), 재무실장 등 구 전 대표 측근 인사들은 퇴출 대신 광역본부 및 그룹사 전출에 그쳤다. ‘빛바랜 쇄신’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준법경영과 대외적인 신뢰회복을 목표로 신규 영입한 인사들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정책특보 출신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사법농단 특검보’ 출신 등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로 꾸려졌단 점에서 현 정권을 지나치게 의식했단 지적도 나온다.

◇ 구현모 전 대표 관련 인물들 대거 ‘물갈이’···‘허수영업’ 근절 인사도

우선 김 대표는 구현모 전 KT 대표와 윤경림 전 KT 사장의 ‘현대차 보은성 투자’, ‘일감 몰아주기’ 혐의 수사 관련자 및 구 전 대표 측근 임원들을 대거 퇴출했다.

우정민 IT부문장 부사장(KT DS 대표), 박병삼 윤리경영실장 부사장, 안상돈 법무실장 부사장, 김영우 그룹경영실장 전무, 임종택 대외협력실장 전무, 이공환 정책협력실장 전무, 양율모 홍보실장 전무, 김무성 ESG경영추진실장 상무, 홍성필 그룹부동산단장 상무, 백승윤 전략투자실장 상무, 권오륭 그룹제휴실장 상무, 문성욱 글로벌사업실장 상무 등이 대상이다. 김채희 전략기획실장 전무는 교육파견 조치됐다.

특히 정정수 강남서부광역본부장 전무에 대한 퇴출 통보도 이뤄졌는데, 이는 김 대표가 취임 첫날부터 강조한 ‘허수영업’ 근절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8월 ‘숫자 만들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는 것과 ‘단기적인 외형 성과’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단 점을 강조하면서, 전임 대표 체제의 허수영업을 겨냥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같은 인사조치를 통해 상무 이상 임원은 98명에서 80명으로, 상무보도 기존 312명에서 264명으로 대폭 줄였다.

또 윤 전 사장이 2021년 KT에 복귀하면서 신설된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해체하고, 본사 스탭 조직인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등을 CEO 직속으로 편제하고 경영지원 기능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했다.

그간 KT그룹사의 핵심 보직이 KT 임원들의 퇴임 수순으로 활용됐던 기존의 관행을 폐지하고 온전하게 KT그룹 관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인사를 배치했단 게 회사의 설명이다.

2024년 임원인사를 통해 KT에 신규 영입된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2024년 임원인사를 통해 KT에 신규 영입된 이용복, 임현규 부사장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 구 전 대표 최측근 임원들, 계열사 및 광역본부행···친정부 인사 영입도

다만 KT그룹의 임원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실세 조직에 해당하는 ‘CEO지원담당(옛 비서실)’ 소속 임원들과 전임 대표의 측근인 재무실장 등에 대해선 퇴출 대신 전보가 이뤄졌단 점에서 쇄신 의지가 부족했단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구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던 이창호 전무와 비서팀장이던 정재욱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각각 ‘충남충북광역본부장 겸 충남충북NW운용본부장’과 ‘부산경남고객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영진 재무실장 전무는 KT에스테이트로 전출됐는데, 최남철 현 대표의 뒤를 이어 KT에스테이트를 이끌 전망이다. 또 신현옥 부사장의 측근으로 꼽히던 김상균 경영지원실장 상무도 KT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울러 이번 인사에서 현 정부와 가까운 임원들을 신규 영입했단 점도 김 대표의 쇄신 의지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KT는 경영지원부문장과 법무실장에 각각 임현규 부사장과 이용복 부사장을 영입했다. 1964년생인 임 부사장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학사와 방송학 석·박사를 취득하고, 알티캐스트 신사업부문장 부사장 등을 지냈다. 특히 그는 MB 특보 출신으로, 이석채 전 KT 회장 당시 KT 비즈니스서비스추진실장 부사장으로 영입돼 KT와 연을 맺은 바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인 이 부사장은 사법연수원 18기(윤석열 대통령은 23기)로 1992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검사로 재직했다. 그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수사했던 특별검사보 중 한 명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수사를 맡은 수사2팀을 이끌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4팀장으로서, 한동훈 현 법무장관 등과 함께 뇌물죄 관련 대기업 수사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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