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해 운전 중 택시기사 폭행 및 블랙박스 영상 삭제 교사
징역 6월, 집유 2년 확정···‘봐주기 논란’ 경찰관은 무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7월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7월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없애라 교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쟁점이었던 증거인멸을 교사 혐의 역시 유죄로 판단됐다.

30일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차관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전 차관이 피해자에게 동영상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이 증거인멸교사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증거인멸교사죄의 증거의 성격, 교사행위와 정범의 실행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방어권의 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영상이 언론 등에 배포될 것을 걱정해 삭제를 부탁했을 뿐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도록 한 게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던 이 전 차관의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하급심은 이 전 차관이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감경받기 위해 증거인멸을 교사해 죄책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잠든 자신을 깨운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으며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발생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합의금으로 1000만 원을 건넨 뒤 차량 블랙박스 삭제와 ‘차 밖에서 폭행이 이뤄졌다’는 허위 진술을 요청한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이 전 차관이 2020년 차관에 임명된 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며 재수사가 이뤄졌다. 이 전 차관은 2021년 5월 차관에서 물러났고, 검찰은 같은 해 9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 등으로 이 전 차관을 기소했다.

사건은 경찰의 봐주기 논란도 있었다. 2020년 사건 당시 서울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해 입건하지 않은 것이다. 운행 중인 대중교통 운전자를 폭행하면 가중 처벌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단순폭행은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을 표하면 수사기관이 처벌할 수 없고, 운전자 폭행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되는 범죄다.

그러나 이날 사건 초동 수사를 맡았던 경찰에 대한 무죄 판결도 확정됐다. 이 경찰은 택시기사가 블랙박스 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해둔 것을 보고도 수사를 하지 않고 내사 종결해 특수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소된 경찰관이 “무능하고 불성실했던 것은 맞는다”면서도 “법리를 제대로 몰랐지만 상관 중 이를 바로잡은 사람이 없어 책임을 모두 담당 경찰관에 전가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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