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 유지···7회 연속 동결
“국내 경제 향후 성장 경로 불확실성 높아”
“물가상승률, 지난 8월 전망 경로 상회할 듯···비용 압력 높아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7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했다. 국내 경기 둔화 흐름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는 등 금리 인상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매파적 동결’ 기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한은 금통위는 3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 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 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번까지 7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기준금리 동결이 일곱 차례 연속으로 이뤄진 것은 202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의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불어난 가계부채의 연체율 상승 및 부실화 우려, 경기 둔화 흐름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국제경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됐지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금통위의 시각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유가 움직임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파급효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 양상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수출 부진이 완화되면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 회복세 지속 등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에 부합하는 1.4%로 예상되고 내년은 2.1%로 높아지겠으나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와 더딘 소비 회복세의 영향으로 지난 전망치(2.2%)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성장경로에는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의 파급영향,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 및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10월 중 3.8%로 높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3.2%로 낮아졌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소폭 상승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물가는 수요 압력 약화,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 영향 등으로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예상보다 높아진 비용압력의 영향으로 지난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져 내년 상반기 중 3% 내외를 나타내겠으며 연간으로는 올해 3.6%, 내년 2.6%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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