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소장, IPTV협회 주최 ‘지미콘’서 제도개선 필요성 강조
“유료방송에만 과도한 규제···넷플릭스 대비 열등재 전락 우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이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용수 기자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이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성장 동력을 잃은 가운데, 방송법 등 미디어법 체계 개편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단 주장이 나왔다. 유료방송과 OTT 간 콘텐츠, 서비스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사업자에만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치 않단 지적이다.

29일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국IPTV방송협회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개최한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수 및 시장점유율 집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3634만7495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9만9000명 증가했다. 다만 직전 반기 대비 가입자수 증가율은 작년 하반기 이후 계속 줄어들어 0.27%를 기록했다.

노 소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가입자수 포화, 디지털 매체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 개편, 콘텐츠 수급 비용 급증, 유료방송 규제 개편 지체 등 4가지를 꼽았다.

노 소장은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인구구조 등을 고려할 때 가입자 성장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가입자당평균매출(APRU)이 정체된 상황에서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디지털 매체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재편되고 있지만, OTT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성장해 외연 확장이 한계에 직면했다. 콘텐츠 수급 관련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제작비는 상승하고 있지만, 제작비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 콘텐츠 가치가 높아지면서 콘텐츠 제작비가 급상승했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유료방송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콘텐츠 수급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방송법 등 미디어법 체계 개편이 지연되면서 낡은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유료방송 규제 혁신을 기반으로 유료방송 사업자의 지속 성장 기반 마련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 소장은 유료방송 시장 관련 규제의 중장기적인 개선 방향 마련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유료방송 가입자수가 포화한 상황에서 재허가 제도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재허가 제도를 폐지하더라도 경쟁 상황으로 인해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낮다. 부관조건 최소화를 통해 유료방송 사업자의 부담 최소화, 변경허가 제도 완화, M&A 절차 간소화 등도 필요하다”며 “유료방송 진입 규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개선 방향 마련도 필요하다. 등록, 신고 등으로 유료방송 진입 규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방향에 대한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 방향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료방송과 OTT 간 콘텐츠, 서비스의 차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료방송에만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정책환경으로 인해 유료방송이 열등재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유사 서비스인 OTT와의 형평성 제고가 필요하다”며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시청자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유료방송 요금제도가 신고제로 전환됐지만, 결합 상품에 대해선 승인제를 유지해 다양한 요금제 출시가 어려워 실질적인 규제 효과가 낮고, OTT는 공지만으로 이용약관 변경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이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용수 기자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이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용수 기자

이날 세미나에선 유료방송사업자들이 플랫폼 차별성 확보, 오리지널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창구 확보 등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단 주장도 나왔다. 특히 유료방송서비스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왔다.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미디어시장분석실 연구위원은 “유료방송사업자는 OTT 성장에 따른 경쟁압력이 증가하고 있지만, 낮은 유료방송서비스 가격, 결합상품을 통한 유료방송서비스 가입 경향 강화에 따라 미국과 같은 수준의 코드커팅이 일어나지는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시장 성숙, OTT 경쟁압력 증가에 따른 성장 둔화가 현실화하고 있어 플랫폼 차별성 확보, 콘텐츠사업자와의 제휴 및 협업, 오리지널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창구 확보, 범위의 경제를 통한 가입자 비즈니스 확장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FAST가 국내에선 아직 인지도가 낮으나, 광고기반, 실시간 채널 등 상품 특성을 고려할 때, OTT 서비스보다는 유료방송서비스에 대한 대체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관련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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