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토레스 EVX 기반 전기 픽업트럭 설계 단계”
경쟁력 입증·수출 확대·저공해차 보급 등 역할 커

KG모빌리티가 지난 3월 30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3 서울 모빌리티쇼의 현장에 전시한 전기 픽업트럭 콘셉트카(코드명 O100). /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가 지난 3월 30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3 서울 모빌리티쇼의 현장에 전시한 전기 픽업트럭 콘셉트카(코드명 O100). / 사진=KG모빌리티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내년 선보일 전기 픽업트럭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성공적인 출시에 공들이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1505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자금조달 방안으로 흔히 쓰는 신주인수권부사채는 투자자에게 받은 돈의 일부를 주식으로 갚을 수 있는 금전 대여 수단이다. KG모빌리티는 내달 5일을 납입기일로 1505억원을 확보한 후 신차 개발, 부품 구매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1505억원은 앞서 KG그룹이 KG모빌리티를 인수할 당시 중장기 투자하기로 발표한 액수 중 자체 자금을 투입하지 않은 액수다. KG그룹은 이를 사채 발행으로 충당해 사업계획을 차질없이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KG모빌리티는 1505억원 중 17.6%에 달하는 액수인 265억원을 내년 하반기 출시할 전기 픽업트럭의 개발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해당 금액은 전기 픽업트럭 전체 개발비의 일부다.

KG모빌리티는 전날 공시한 투자설명서를 통해 “본격적인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위해 토레스 EVX를 기반으로 한 전기 픽업트럭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 차량 설계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KG모빌리티가 지난 5월 3~5일 사흘간 서울 양자 aT센터에서 튜닝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각종 개조 모델을 전시했다. /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가 지난 5월 3~5일 사흘간 서울 양자 aT센터에서 튜닝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각종 개조 모델을 전시했다. / 사진=KG모빌리티

◇내연기관 SUV 일색, 기업평가 감점요인 “경쟁력 미흡”

KG모빌리티는 이번 사채 발행을 통해 전기 픽업트럭 출시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KG모빌리티의 전기 픽업트럭은 통상 완성차 업체들이 출시하는 신차 이상의 존재감을 가진 모델이라는 관측이다.

그간 KG모빌리티 차량은 디젤을 중심으로 가솔린을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차 일색이었기 때문에 최근 차량 전동화 추세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KG모빌리티는 현대자동차, 기아 등 유력 업체들의 폭넓은 라인업 공세에 정면 대응하지 않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후 티볼리, 코란도 스포츠를 출시해 소형 SUV와 픽업트럭의 시장을 국내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후 소형 SUV는 현대차·기아의 경쟁 모델에 밀렸고 픽업트럭은 시장 형성 초기에 비해 수요 증가세가 약화하고 있다. 중형(코란도), 대형(렉스턴) SUV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차급이기 때문에 이미 치열한 판매 경쟁에 노출됐다.

내연기관차에 치중된 라인업 때문에 전기 SUV 시장에서도 KG모빌리티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출고 개시한 중형 전기 SUV 토레스 EVX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기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번 KG모빌리티 사채에 대한 신용평가를 맡은 기관들도 제한된 신차 라인업을 지적하며 투기 등급인 ‘BB0(안정적)’을 동일하게 매겼다. 투기등급은 통상 채무상환 능력에 의문이 있는 기업이 발행 추진하는 사채에 매겨진다. KG모빌리티가 이 같은 오명을 벗고 사업 경쟁력과 성장성을 입증하기 위해 전기 픽업트럭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KG모빌리티는) 유상증자, 출자전환에 힘입어 재무구조가 개선됐고 계열사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SUV, 픽업트럭 중심의 제품군으로 차종 다변화, 전동화 전환수준 등 사업 경쟁력이 미흡하다”고 평했다.

KG모빌리티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 기자지구에서 토레스 론칭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 기자지구에서 토레스 론칭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KG모빌리티

◇수출비중 개선 추세 이어가야 

KG모빌리티가 최근 중동, 유럽, 동남아 등지를 중심으로 해외 수요를 적극 공략하는 가운데 전기 픽업트럭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G모빌리티는 지난 1~10월 완성차와 반조립제품(CKD)을 4만8032대 수출하며 전년 동기(3만6919대) 대비 실적을 30.1% 늘리는데 성공했다. 다만 지난 10개월의 수출 실적이 같은 기간 내수 실적(5만4788대)보다 작은 점은 기업 경쟁력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교적 작은 내수 시장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제한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대 러시아, 이란에서 수출실적의 50%를 창출하는 등 호조를 이어갔지만 각국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로 수출길이 사실상 끊기며 악영향을 받았다. 북미지역이 거대한 SUV, 픽업트럭 시장이지만 고착된 경쟁구도로 인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황이다. KG모빌리티는 이를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북미 시장 진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전체 판매대수 중 수출 비중을 개선하고 있는 점은 호재로 여겨진다. KG모빌리티의 수출 비중은 2020년 18.1%에서 지난 1~3분기 누적 47.0%까지 급격히 확대됐다. KG모빌리티는 전기차에 관심 많은 해외 시장 중에서도 픽업트럭 수요가 많은 동남아, 호주 지역을 전기 픽업 수출의 요충지로 눈여겨보고 있다.

KG모빌리티 임직원들이 지난 3일 평택공장 조립 1라인에서 전기차 토레스 EVX 양산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 임직원들이 지난 3일 평택공장 조립 1라인에서 전기차 토레스 EVX 양산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KG모빌리티

◇국내 저공해차 보급목표 미달 가능성에 ‘비상’

그간 KG모빌리티가 내연기관차 라인업으로 재미를 본 반면 저조한 저공해차 보급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전기 픽업트럭 판매 성과가 필요한 실정이다. 저공해차 보급 제도는 과거 완성차를 국내 일정 물량 이상 판매한 기업들에게 저공해차, 무공해차 판매목표를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2026년부터 ‘기여금’을 정부에 내거나 타사의 초과 보급 실적을 매입해야 한다. 현재 KG모빌리티와 현대차, 기아, 메르세데스-벤츠 등 10개사가 제도에 따라야 하는 대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지난해 탄소배출 등 각종 기준을 충족해 ‘저공해차 3종’으로 분류된 가솔린 모델을 활발히 판매해 보급실적을 초과 달성했다.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차를 판매하지 않았지만 저공해차 초과판매 실적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종합 목표치에 도달했다.

KG모빌리티의 전기차 국내외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KG모빌리티의 전기차 국내외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정부가 내년부터 내연기관차인 휘발유차를 저공해차 3종에서 제외하는 것을 추진함에 따라 KG모빌리티에 비상이 걸렸다. KG모빌리티가 현재 전기 픽업트럭 뿐 아니라 저공해차 2종으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 안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전기버스 전문업체 KGM커머셜(옛 에디슨모터스)을 인수한 것도 전기버스, 수소버스 등 무공해 상용차 판매실적을 저공해차 보급실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KG모빌리티는 기존에 현대차그룹 대비 파생 (전기차) 모델이 적은 편이었다”며 “향후 (전기차) 플랫폼 연구개발비 회수를 가속하기 위해 다양한 파생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KG모빌리티는 전기 픽업트럭으로 라인업 보강, 판매실적 확대를 달성하며 기업 경쟁력을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전기 픽업트럭은 포화한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판매실적을 늘리는 한편 글로벌 전동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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