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단지 시공사·집행부 교체···“전용 84㎡ 5억원 더 내야”
후발 단지들 재건축 시동걸었지만···분담금 변수로 떠올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준공 4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가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었지만 분담금이 변수로 떠올랐다. 속도가 가장 빠른 상계주공5단지가 추가 분담금 우려로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등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후발 단지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계주공5단지 조합은 최근 총회를 열고 시공사인 GS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밖에 정비사업위원회 위원장 등 해임과 정비사업 위원장·위원 직무정지 등 모든 안건을 가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시공사는 물론 집행부까지 공석이 됐다.

5단지는 2018년 한국자산신탁을 시행사로 선정해 일찍이 신탁방식을 결정했고 지난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 지상 5층, 840가구에서 지상 35층, 996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었다. 이곳은 상계주공 15개 단지 중 재건축이 완료된 상계주공8단지(포레나노원) 다음으로 속도가 가장 빨랐다.

시공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둔 건 추가 분담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GS건설이 지난해 3.3㎡당 공사비로 650만원을 제시했는데 소유주들 사이에선 계약 과정에서 이보다 10%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를 근거로 전용면적 84㎡를 분양받을 경우 세대당 분담금이 5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해당 단지 실거래 가격이 5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 집값 수준 만큼의 분담금을 내야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일부 소유주들은 GS건설의 공사계획이 4년으로 길다고 지적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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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5단지가 가구당 대지지분이 낮고 일반분양분이 적어 추가 분담금 추정액이 높게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은 소형 평형(전용 31.98㎡)으로만 이뤄진 탓에 가구당 대지지분(41.91㎡·약 12.7평)이 적다. 조합원이 전용 84㎡(약 34평)를 배정받으려면 어림잡아도 20평 이상에 해당하는 분양가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일반분양 등으로 추가 분담금을 상쇄해야 하지만 전체 996가구 중 공공임대 152가구를 제외하고 조합원 832명이 한 채씩 분양받고 나면 일반분양 물량은 12가구에 불과하다. 조합원은 많은데 사업비를 충당할 일반분양 물량은 거의 없으니 건축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셈이다.

일각에선 5단지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새로운 시공사를 모집해도 GS건설이 제시한 금액보다 공사비가 낮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GS건설이 시공사 선정 이후 투입된 비용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에 있어 법적 분쟁도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서울 정비사업 공사비는 3.3㎡당 8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상계주공5단지는 사업성이 낮고 법적 분쟁까지 예고돼 있어 새로운 시공사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5단지가 흔들리자 후발 주자들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상계동은 양천구 목동과 같이 1980년대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 조성된 택지개발지구다. 이때 지어진 주공 아파트들은 대부분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긴 상태다. 1990년대 초반 지어진 중계·하계 아파트도 곧 재건축 시기가 돌아온다.

상계주공에선 1·2·3·6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 정비계획수립 절차를 밟고 있다. 6단지는 신속통합기획 자문방식(패스트트랙)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11단지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7단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밀안전진단 비용 마련에 나섰다. 상계주공 외에도 상계한양과 상계미도 등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1기 신도시 특별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상계동을 포함한 노원구 일대가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라며 “다만 대지지분이 적고 조합원 수가 많은 단지들이 많아 5단지처럼 분담금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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