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할부금융·리스 자산 올해 들어 6000억원 이상 줄어
조달금리 상승 및 건전성 악화로 공급 축소

카드업계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업계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업계의 할부금융 및 리스 관련 자산이 올해 들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잇단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를 상쇄하기 위해 할부금융과 리스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시장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난이 심화되면서 할부금융 및 리스 사업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할부금융 및 리스업을 영위하고 있는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롯데·하나·비씨카드)의 관련 자산은 총 16조64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7조2533억원) 대비 3.5%(6072억원) 감소한 규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드업계의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은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 2021년 말 14조원대였던 할부금융·리스 자산은 지난해 3월 말 15조5841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6월 말 16조5079억원 ▲9월 말 16조9335억원 등으로 증가하면서 작년 말에는 17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삼성카드였다. 삼성카드의 할부금융·리스 자산은 지난해 말 971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8495억원으로 12.5% 감소했다. 뒤이어 KB국민카드도 같은 기간 3조6710억원에서 3조3130억원으로 9.7% 줄었으며, 우리카드(3조1216억원→2조9247억원)와 신한카드(7조6756억원→7조4909억원)도 관련 자산이 쪼그라들었다.

카드업계 전반의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이 줄어든 배경에는 여전채 금리 상승 여파가 자리 잡고 있다.

여전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기 전인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기 위해 할부금융과 리스 자산을 확대하며 수익 다각화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사태 여파로 채권 시장의 자금 경색이 심화되면서 여전채 금리가 급등했고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등급의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6.088%까지 오르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여전채 금리가 3월 중 3% 후반대로 떨어지며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는 듯했지만 2분기 들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며 지난 10월 말에는 4.938%까지 치솟는 등 5%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할부금융 및 리스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조달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카드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최근 경기 침체 영향으로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에 대한 수요도 위축된 상황이라 할부금융이나 리스 취급액을 늘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또 올해 들어 카드사들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하는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할부금융·리스 영업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 등 전업 카드사 7곳의 평균 연체율은 1.67%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은 연체율이 2%를 넘어선 상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구재 수요가 줄어들면서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공급 측면에서는 최근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공급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할부금융도 카드론과 마찬가지로 장기에 걸쳐 분할 상환이 이뤄지는 상품”이라며 “금리가 높아지고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늘면 할부금융에서도 연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카드사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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