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부실 위험 우려 커져···설상가상 실적 악화 현실화
카드사별 리스크 관리 집중해야···리볼빙 특성 고려하면 대출 부실 뇌관 가능성
카드사들, 손실 대비 충당금 적립···경기 불확실성 큰 만큼 전업인 신용판매에 주력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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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카드사 연체율이 상승하고 리볼빙 잔액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설상가상 올해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면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카드사별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리볼빙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증가세가 대출 부실의 뇌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NH농협카드 등 국내 9개 카드사들의 지난달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5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두 번째 높은 수치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의 리볼빙 잔액은 6조2269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 7조3666억원으로 18.3%인 1조1397억원이 넘게 늘었고 지난 9월에는 7조6126억원으로 잔액 기준 최대치를 찍었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를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카드 대금이 부족한 고객이 연체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상환 부담이 큰 대출성 상품이다.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여러 달 연속으로 이용하면 갚아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볼빙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신용점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연체율 상승도 이어졌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 등 전업 카드사 7곳의 평균 연체율은 1.67%에 달한다. 1년 전보다 0.6%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연체율이 2%를 넘어선 카드사도 3곳이나 된다. 지난 9월 말 하나카드 연체율은 2.25%로 3개월 전보다 0.39%포인트 높아졌다. 우리카드 연체율도 같은 기간 1.82%에서 2.1%로 0.28%포인트 늘었다. KB국민카드도 연체율이 0.1%포인트 올라 2.02%가 됐다.

카드사 수익성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했다. 올해 3분기 실적은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모두 고꾸라진 상태다. 현대카드는 업황 악화 속에도 신규 회원수 확대와 연체율 개선 등으로 실적을 끌어 올렸으나 나머지 카드사들의 성적은 전부 뒷걸음질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5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줄었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8%, 25.4% 감소한 1395억원, 7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카드사별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리볼빙 증가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상 리볼빙은 잔액이 늘어나면 카드사 수익성은 개선될 수는 있지만 재무건전성에는 부담이 불가피한 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카드사별 수익성 개선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카드 대금이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게 되면 연체율은 올라가고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나면서 카드사 수익성이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 현재 상황으로만 놓고 보면 건전성이 나빠져 충당금 적립 등 위험 관리 비용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리볼빙 관련 우려가 부실 뇌관으로 작용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리볼빙 잔액이 늘어나게 되면 단기 대출로 인해 상환 시점이 빨리 돌아오고 수수료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소비 위축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에 카드사들이 손실을 대비해 지속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카드사의 리볼빙 자산 증가는 대손충당금을 더 적립할 수 밖에 없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이용할 수 없는 '취약차주'가 다수이기 때문에 제때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연체율도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체율이 상승하면 카드사들은 위험관리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이 되레 악화된다"며 "올해 하반기까지는 경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카드사들이 대출보다 전업인 신용판매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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