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다음달 초 슈링크플레이션 제품 공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식품업계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올해 물가 안정 압박에 나서자 식음료 업체들은 가격을 그대로 두는 대신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택한 모양새다.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생기지 않은 현시점에서 식음료업체들의 ‘꼼수’로 마냥 지적하기는 어렵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 동원F&B 등은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의 중심에 섰다. CJ제일제당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숯불향 바비큐바’ 중량을 이달 초 280g에서 230g로 줄였다. 동원F&B도 ‘동원참치 통조림’ 중량을 100g에서 90g으로, ‘양반김’은 5g에서 4.5g으로 바꿨다.

가격은 동일하지만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 사례도 늘고 있다. 스킴플레이션은 ‘인색하게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롯데칠성음료는 ‘델몬트 오렌지 주스’ 과즙 함량을 기존 100%에서 80%로 낮췄다. BBQ도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만을 사용하던 튀김유를 ‘올리브유 50%+해바라기유 50% 블렌딩 오일’로 변경했다.

기업 입장도 이해된다.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스킴플레이션은 표면적으로 꼼수로 보여진다. 하지만 고물가가 연일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에서도 수익을 내기 위해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기업은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하지만 정부의 기조를 고려하면 제품 가격을 올리기엔 대외적인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들도 소비자에게 제품 용량 축소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다.

정부는 올해부터 유통업체들을 겨냥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209개 가공식품에 대해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를 본격 벌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형마트에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같은 정부 기조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한국소비자원은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열었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신고로 슈링크플레이션 제품, 기업들을 접수받겠다는 것이다. 다음 달 초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공개하기로 한 만큼, 기업명도 자연스레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공개된 식음료업체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기업들도 정부를 피해 가격을 올리면 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 올해도 밀가루 가격 인하로 라면, 스낵 등 일부 제품 가격이 낮아졌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정부의 가격 압박이 사그러지는 듯 하자 우유, 아이스크림, 주류, 외식업체 등 여러 품목의 가격 인상이 이뤄진 바 있다.

식음료업체는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만큼 과도한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정부 역시 기업의 입장을 헤아리고 적절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마냥 기업만 비판하면 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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