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반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도출 후 발표 지연
별도 회의 진행해 ‘법 개정 없는 사전승낙제’ 검토 시사

주요사업자별 불법스팸 문자 발송 비중 /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주요사업자별 휴대전화 불법스팸 문자 발송 비중 /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불법 스팸’을 근절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던 방송통신위원회가 법 개정 대신 사업자 자율로 불법 스팸 유통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은 방통위 주관 연구반 활동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문자재판매사업자가 문자중계사를 통해 대량문자를 발송할 때 ‘사전승낙’을 받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거나 부당하게 승낙을 지연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방통위가 연내 법 개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담당자 교체 등의 이유로 법 개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최근 메시징업계 사업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 등과 불법 스팸 유통 방지를 위한 회의를 두 차례 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회의는 지난 6월 발족, 지난 9월까지 방통위가 운영한 ‘불법 스팸 대응을 위한 제도개선 연구반’ 활동 이후 새롭게 마련됐다.

연구반은 방통위 인터넷이용자정책과가 주관하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와 방통위 산하 협회인 방송통신이용자보호협회(KCUP), 기업메시징부가통신사업자협회(기업메시징협회), 특수한유형의부가통신메세징사업자협회(재판매사협회), 법조계 등이 참여했다. 당초 방통위는 해당 연구반 활동을 통해 마련한 ‘불법 스팸 대응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사업자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 발표할 계획이었다.

◇ “법 개정 없이 사전승낙제 운영 방안 검토중”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량문자 발송 사전승낙제를 도입하고, 재판매사 및 중계사들이 문자 전송자의 전화번호 실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어길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매사는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다른 재판매사로부터 전송받은 정보를 재전송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경우 모든 중계사로부터 서면으로 사전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중계사는 재판매사가 이 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시정하기 위한 목적 외에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전승낙을 거부하거나 지연해선 안 된다’는 조항과 ‘중계사는 재판매사가 이 법을 위반하는 등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사전승낙을 취소·철회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스팸 규제 대상은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사전승낙을 받도록 규정했으며, 재판매사가 중계사를 통해 대량문자를 발송할 때 사전에 검증을 통한 사전승낙을 받도록 해 불법 스팸 발송을 위해 재판매사업을 시작하고 바로 폐업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단 게 법 개정 취지다.

방통위는 개정안 마련 후 2개월여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야 회의 소집에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방통위는 “법 개정 없이 사전승낙제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반 활동을 통해 마련된 개정안 추진 없이 사업자 자율로 불법 스팸 유통을 줄이겠단 취지로 해석된다.

◇ “연구반 활동 없다가 최근에야 서둘러”

시징업계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기존 연구반에 참여한 일부 멤버들 외에 추가로 회의를 열었는데, 사전승낙제와 관련 사업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며 “방통위가 회의에서 말하는 도중에 ‘법 개정 없이 사전승낙제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법 개정 없이 사업자 자율적으로 하자는 것 정도로 이해했다”고 했다.

이어 "사전승낙제의 골자는 재판매사업자가 문자사업자와 연동하려면 사전승낙을 받도록 하는 제도인데, 방통위에선 자세한 건 다음 회의에서 하겠다고 한 상황"이라며 "연내 마무리를 지으려는 건지, 연구반 활동 후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서두르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방통위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스팸 유통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KISA가 올해 상반기 이용자로부터 신고받거나 자체적으로 탐지한 스팸 문자는 총 1억1034만건에 달했음. 지난해 하반기(2681만건)보다 311.6%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스팸 문자 중 97.3%는 대량문자 발송서비스를 통해 발송됐고, 이 중 83.1%가 국내에서 발송됐다. 사업자별로 보면 스탠다드네트웍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5.7%(건수 기준 작년 하반기 대비 178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다우기술(24%, 하반기 대비 476%↑), KT(13%, 하반기 대비 199%↑), 젬텍(9.2%, 하반기 대비 584%↑), LG유플러스(6%, 하반기 대비 668%↑), SK브로드밴드(1.9%)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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