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동의권 남용’ 여부 쟁점
29일 첫 기일 앞두고 간부사원 측 “회사가 입증하라” 문서제출명령신청
현대차, 대형로펌 3곳 추가 선임···관련 의견서 아직 제출 안 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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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현대자동차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유효성’을 놓고 간부사원들과 진행 중인 민사소송 마지막 절차가 이번 주 시작된다. 회사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현대자동차는 변호인단을 대거 보강하며 총력전에 돌입했다. 간부사원 측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연구일반직지회 현승건 전 지회장 1인이 선정당사자로 소송에 임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는 오는 29일 간부사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을 연다.

이 사건은 현대차가 2004년 7월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라 기존 취업규칙과 별도로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에게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만들면서 비롯됐다. 간부사원 취업규칙에는 종전 취업규칙과는 달리 월 개근자에게 1일씩 부여하던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총 인정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는 당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바꾸는 경우 해당 규정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는 대법원 판례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근거로 이 취업규칙을 적용받는 간부사원의 89%의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간부사원이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이 변경됐기 때문에 무효”라면서 새 취업규칙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연·월차 휴가수당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간부사원들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일부 승소했다. 2심은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미래에 이 규칙을 적용받는 집단에 들어올 수 있는 근로자들까지 포함해야한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간부사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회 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 지급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근로기준법 94조는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대법원은 기존에 판례를 통해 취업규칙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도 유효하다고 해석해 왔다.

그런데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취업규칙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근로자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법리를 폐기하고, 근로자가 동의권을 남용했다면 동의를 받지 않은 불이익 변경도 유효하다는 법리를 새로 제시했다.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이 갖는 ‘절차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근로자 측이 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 예외적으로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리고 회사가 상고한 이 사건에서 근로자의 동의권 남용 여부가 심리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결국 새로 시작되는 파기환송심은 회사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 있었는지가 중요 쟁점이다.

첫 변론기일에 앞서 원고 측은 회사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을 입증해야 한다며 지난 21일 문서제출명령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지난 5월 사건접수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회사는 현재까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을 입증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원고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파기환송심에서 대형 로펌 3곳을 추가로 선임했다. 대법원에서 사건을 맡았던 법무법인 지평 외에 법무법인 율촌, 태평양, 화우 소속 변호사들이 추가로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이번 사건은 새로운 법리해석이 필요한 사안으로 다양한 전문가들과 충분한 검토를 위해 추가 대리인들을 선임했으며, 첫 변론기일이 임박한 시점이나 당일 관련 서면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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