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부터 해외진출 강조해 온 네이버 ···작년 3월 ’비욘드 코리아’ 선언한 카카오는 ‘고전 중’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왼쪽)과 카카오 사옥. /사진=연합뉴스, 편집= 김은실 디자이너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왼쪽)과 카카오 사옥. / 사진=연합뉴스, 편집= 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과거 제조업 일색이던 한국 산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기업들입니다. ‘플랫폼’이라는 영역도 비즈니스가 될 수 있고 또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줬죠.

이젠 두 곳 모두 누가 봐도 대기업 반열에 들어섰는데요. 실적 등 최근 상황을 보면 희비가 갈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업적인 상황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업계에선 특히 ‘해외진출’을 키워드로 꼽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국내에선 검색 및 뉴스서비스로 유명하지만, 다른 비즈니스 부문에선 초기부터 해외진출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카카오톡을 ‘국민메신저’로 사용하지만 해외에선 네이버의 라인(LINE)이 일본을 베이스캠프 삼아 국민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 웹툰 서비스, AI 등 많은 비즈니스들의 주무대를 해외로 삼는 모습입니다.

국내에선 국내에 맞는 필수적 사업을 이어가되, 주무대는 해외로 삼으려는 것이죠. 지난달엔 사우디와 1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트윈 구축 사업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한 글로벌 IT컨설팅기업 임원은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해외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론칭 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며 “아무래도 국내사업은 정권교체 시마다 정치적 이슈가 발생하고, 골목상권 문제 등 때문에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습니다.

한마디로 플랫폼 사업의 특성 상, 국내에선 불필요한 잡음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예상했다는 것으로 분석 가능합니다.

실제로 카카오의 택시사업만 놓고 보더라도, 소비자들 입장에선 기존에 볼 수 없는 편리한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논란이 이어지며 정치권에게 공격거리만 제공했습니다. 물론 카카오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측면도 있지만, 어찌됐든 새롭게 진출하려는 분야 마다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데이터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카카오의 성장 방식이었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이것이 ‘문어발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던 것이죠. 한마디로 사업이 잘될수록 욕먹을 리스크가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사업확장 과정에서 외부투자가 있었기에 투자자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기업공개(IPO)와 관련 무리한 행보에 나서야할 리스크도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카카오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지난해 3월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비전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기조 하에 글로벌 공략을 이어왔고 또 성공하는 모습도 보여왔으나, 다시 이 과정에서 도전을 받게 됐습니다. 글로벌 사업 확장의 중요한 단추 중 하나였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시세조정 의혹에 휘말리며 검찰로부터 강제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만 놓고 보면 초창기엔 똑같이 주목받았던 네이버와 카카오 상황이 상당히 상반되게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대한민국 플랫폼 기업들의 조상님 격인 두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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