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직원 횡령 사건 발생 시 임원 책임 조치 가능
현행법상 권한 없어···당국, "임원 관리 책임 엄중히 물어야"
개정 관련법 실효성 증대 차원서 소급 적용 의견도
지배구조법 개정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소급 적용 가능성 크지 않아

롯데카드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사나 협동조합에서 직원의 횡령 사건 발생 시 직속 상관인 임원에 대해 직접 직무 정지나 해임 건의 등 조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100억원대 배임 사건으로 이같은 방안 추진의 원인을 제공한 롯데카드가 소급적용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법의 실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지배구조법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롯데카드 배임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당국의 직접 제재권을 신설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신전문금융법과 신용협동조합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은행·증권·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에서는 임직원의 횡령이나 배임 사건이 발생하면 당국이 임직원에 대해 징계 요구 등 직접 제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카드사나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나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 업권은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금융당국에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다.

특히 여신전문금융사는 은행 등과 달리 금융소비자의 돈을 맡아두는 수신기능이 없다. 따라서 직원이 회삿돈을 빼돌려도 엄밀히 말하면 고객 돈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측면 때문에 당국의 제재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규정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여신전문금융 업권에서 대규모 횡령 사건과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직접 제재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사건은 지난 8월 롯데카드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배임 사건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롯데카드 직원들의 100억원대 배임 혐의를 적발하고 롯데카드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조사 결과 롯데카드 직원 2명은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제휴 계약 건으로 105억 원을 협력업체에 지급하도록 한 뒤 이를 페이퍼컴퍼니와 가족 회사 등을 통해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카드와 캐피탈 등 여전회사의 내부통제 관련 개선안 부재가 꼽힌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여전업권에 내부통제 관련 공동의 모범규준을 만들고 내년 1월부터 각 사 내규에 반영시킬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전업권에 대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여신금융 임직원은 직무와 관련해 횡령, 배임, 증여 등을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임직원 제재 사유로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횡령 사건 발생 시 금융당국이 해당 직원에 대해 주의·경고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관리 책임이 있는 임원에 대해서는 직무 정지·해임 권고 조치까지 가능하다.

통상 큰 금융사고를 낸 직원들은 회사 자체 조사를 통해 중징계를 받거나 본인이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난다. 이후 형사 처벌까지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고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고위급 임원에 대한 인사상 제재다. 이를 금융사 자체 판단에 맡기면 핵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이다. 당국의 인사조치권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조치의 배경이 됐던 롯데카드 배임 사건에 대한 소급 적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대규모 배임 사건이 발생한데다 이에 대한 개정 관련법의 실효성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소급 적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건은 지배구조법 개정이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준수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는 불명확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으나 지배구조법 개정도 함께 추진돼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개정된 법안이 외부로부터의 규제가 아니라 경영전략이자 조직문화로 받아들이기 위한 목적에 있다는 점에서 처벌을 강조하기 보다는 궁극적으로 금융사고 발생을 줄이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급 적용 논란은 있지만 과거 발생한 중대 금융사고가 발견하지 않고 법 시행 이후 드러났다면 당시 금융회사 관련 임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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