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업체 차명 설립해 기업으로부터 하도급 명목 뇌물수수 등 혐의
뇌물수수 대가로 공여기업 대형 사업 수주에 영향력 행사 사실도 확인

/ 사진=공수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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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피감기관 등으로부터 15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고위 간부를 재판에 넘겨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송창진)는 24일 감사원 3급 공무원 김아무개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이번 사건은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것이다.

공수처는 김씨가 전기공사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해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신의 감사 대상 건설·토목 기업으로부터 전기공사 하도급 대금명목의 뇌물을 수수하고, 수수대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또 김씨가 뇌물수수의 대가로 공여기업의 대형 사업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해 준 사실 또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00년 3월 감사원 전입 후로 주로 건설·토목 분야 감사 부서에서 재직해왔고, 김씨의 감사 대상 기업 B, C주식회사 등 건설 시공사, D 공사 등 토목 공기업은 감사로 인한 부실벌점 부과 등을 피하기 위해 조직적 관리·대응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피의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2월 차명으로 A주식회사의 설립 자본금을 납입해 설립 후 A사의 회계·세무 업무, 전기공사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을 주도하고 A사 소유의 법인 자금을 자유로이 사용하는 등 A사 등 전기공사 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김씨는 대학 동문, 민간기업 교류 근무시 인맥, 감사 지원 업무 등 과정에서 친분을 쌓은 건설 시공사 및 토목 공기업 소속 감사원 감사 관리·대응 업무 담당 임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운영하는 A사 등 전기공사 업체와 전기공사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하도급 대금 명목의 뇌물을 수수했다.

A씨는 이러한 전기공사 하도급 계약 대금 명목의 뇌물수수대가로 공여기업으로부터 국내 대형 토목사업 수주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을 받고, 자신의 감사 대상이자 사업 입찰심의위원인 정부부처 소속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A씨가 민간 기업과 공기업 등으로부터 수뢰한 뇌물은 총 15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공수처는 “A씨는 공모해 감사원 공무원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하거나, A씨의 직무임과 동시에 정부부처 담당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수수했다”며 특가법상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또 A씨가 사용한 A사 금원과 관련 특경법상 횡령죄도 적용했다. 공수처는 “A씨는 2014년 7월~2020년 12월까지 총 13억2000여 만원 상당의 A사 등 피해법인의 자금을 업무상 횡령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결과 이번 사건 피의자의 혐의가 있다는 방향으로 판단돼 검찰에 기소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비위 정황을 포착해 지난해 2021년 10월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건설업체 관계자와 업무 시간에 동남아 여행을 간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적발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다. 현재 직위 해제된 상태다.

공수처는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김씨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피의자의 지위,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 도급 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춰볼 때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개입했음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 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이고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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