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HBM 프로브카드용 세라믹 기판 검증 마무리 수순
6층 폴리이미드 적층 기술 적용한 제품 개발 성공

이준석 화인세라텍 연구소장(상무) / 사진=고명훈 기자
이준석 화인세라텍 연구소장(상무). / 사진=고명훈 기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국내 주요 프로브카드 회사들과 다 연결돼서 D램용 제품을 개발 중이고,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용으로 현재 메모리 기업에서 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올해 안에는 기존에 했던 것을 넘어 다른 모델로도 매출 다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도체 세라믹 부품회사 화인세라텍(FCT)이 HBM 프로브카드용 세라믹 기판에서 국내에선 유일하게 상용화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D램·HBM용 모델의 핵심 기술인 다층 폴리이미드 적층 기술을 확보하고, 프로브카드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폴리이미드 6층을 구현한 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해당 제품은 현재 주요 메모리 회사 SK하이닉스에서 검증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되며, 연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화인세라텍 연구소장(상무)을 직접 만나 회사에서 개발에 주력하는 최신 프로브카드용 세라믹 기판의 기술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 소장은 “메모리 프로브카드용 세라믹 기판은 과거 박막 1개층 정도의 단순한 회로 패턴 수준에서 최근에는 다층 폴리이미드 패턴 형성 기술을 추가해 프로브카드 제조사에 공급되는 추세”라며, “지금은 D램도 어려울뿐더러, HBM이라는 모델이 나오면서 3~6층 정도의 고난이도 다층 폴리이미드 적층 기술을 확보해야만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폴리이미드는 열 안정성이 높은 고분자 물질로 우수한 기계적 강도와 높은 내열성, 전기절연성 등의 특성 때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전자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재료다. 이 재료를 다층으로 쌓는 배선 기술이 최근 고도화되는 메모리 반도체 프로브카드용 세라믹 기판에서 전체 기술력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 됐다는 설명이다.

화인세라텍이 다층 폴리이미드 적층 기술에 자신감을 나타낸 배경에는 회사에서 보유한 하이브리드 세라믹 제조 기술에 있다. 이 기술은 재료 강도와 화학적 내식성(부식이나 침식에 잘 견디는 성질)이 우수한 HTCC(고온 동시 소성 세라믹) 공법과, 패턴 위치 정밀도와 전기전도도에서 유리한 LTCC(저온 동시 소성 세라믹) 공법의 각 장점만을 모은 소재 기술을 이용한 제조법으로, 이를 통해 프로브카드용 대면적 세라믹 다층 기판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HTCC(고온 동시 소성 세라믹) 프로브카드 세라믹 기판 구조의 난이도 변화. / 사진=화인세라텍

이 소장은 “HTCC와 LTCC의 각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형태의 재료와 공정 기술을 우리가 개발해서 특허를 출원한 상황이며 현재 등록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HTCC 수준의 강도와 내식성을 지니면서도 LTCC 수준의 전기전도도를 구현할 수 있는 구조의 시판들이 준비가 돼있으며, 현재 프로브카드 회사에서 평가를 받는 상태”라고 밝혔다.

프로브카드는 전기적 특성 검사를 통해 반도체 웨이퍼의 품질을 판정하는 EDS(Electrical Die Sorting) 공정에서 사용되는 부품이다. 정밀하게 조립된 바늘 형태의 인쇄회로기판(PCB)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프로브카드용 세라믹 기판이다. 이를 통해 웨이퍼와 접촉해 테스트 검사장비에 전기적 신호를 보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스트 공정의 핵심 부품인 프로브카드는 반도체가 미세화되고 패턴이 고밀도화됨에 따라 시장 가치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프로브카드 시장은 지난해 25억 5000만 달러(약 3조 2900억원)에서 올해 28억 7000만 달러(약 3조 7000억원)로, 2025년에는 30억달러(약 3조 87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브카드용 세라믹 기판은 낸드플래시, D램을 포함한 메모리용과 CMOS 이미지센서(CIS) 등 비메모리용으로 구분되는데, 현재 국내 프로브카드사와 세라믹 기판 제조사들은 낸드와 비메모리용 제품에 치중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세계 순위권 업체인 미국의 폼팩터와 일본의 마이크로닉스재팬(MJC)으로부터 D램용 프로브카드를 메인으로 공급받고 있다.

국내에는 세계 프로브카드 시장 10위권 안에 드는 코리아인스트루먼트와 마이크로프랜드 등 회사도 있지만, 모두 삼성전자의 낸드향에 주력하고 있다. 그 외에 티에스이, 에이엠에스티, 마이크로투나노(M2N) 등 프로브카드 제조사들은 SK하이닉스에 낸드용 제품을 공급하는 상황이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경우 솔브레인 SLD를 국내 유일한 D램용 프로브카드 공급망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D램용 프로브카드에서 이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3.5%에 달한다. 화인세라텍은 이 점을 주목했다. 솔브레인 SLD가 D램용으로 SK하이닉스 공급망에 고정으로 들어가고 있단 건, 낸드용으로 공급 중인 다른 국내 업체들도 D램용까지 같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소장은 “당사는 올 하반기부터 SK하이닉스 낸드향에 들어가는 티에스이, 에이엠에스티, M2N 등 프로브카드 회사와 협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폴리이미드 6층을 구현한 제품을 출하해 검증을 진행 중”이라며 “여기서 더 나아가 고난이도 HBM용으로도 퀄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프로브카드 시장 추이 및 전망. / 자료=욜인텔리전스,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음은 이 소장과의 일문일답.

-프로브카드 세라믹 기판 기술의 최근 트렌드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예전에는 폴리이미드 프로브카드용 세라믹 기판에 폴리이미드 없이 한 층만 있던 수준에서 최근 3~4년 동안에는 3층 이하의 보호막 수준으로도 메모리 회사의 요구 품질 특성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D램과 HBM은 물론, 낸드에서조차 그 이상 수준의 다층 폴리이미드를 넣어달라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

지금 가장 어려운 것이 폴리이미드를 5~6층 정도로 깔고 세라믹 기판에 올려져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돼야만 프로브카드에 들어갈 수 있고, 프로브카드 회사에서도 삼성전자 등 반도체 회사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프로브카드 회사에서도 다층 폴리이미드를 할 수 있는 회사가 있고, 할 수 없는 회사가 있다. 새로운 공정 기술을 깔아야 하고 투자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회사들이 조금씩 D램용 프로브카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화인세라텍의 기술적 장점이 무엇인가

HTCC와 LTCC를 설명해볼 수 있겠다. HTCC는 강도가 세고 내식성이 좋다. 프로브카드에 세라믹 기판이 적용될 때는 단막 패턴 또는 폴리이미드 패턴이 들어가는데, 그러려면 계속 케미칼 용액에 들어갔다가 교착이 되고 경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HTTC의 주된 재료가 알루미나(산화 알루미늄)라는 재료인데, 이 재료는 케미칼 용액으로부터 변형되거나 변질되는 현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온도가 900도 이하로 낮은 LTCC에서는 대부분 글래스(유리) 상으로 돼 있다. 이는 케미칼 용액에 취약한 구조여서 LTCC가 적용된 기판들에는 불산이나 수산화칼륨(KOH)과 같은 강한 용액을 사용하면 안 된다. 박막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용액들이 꼭 들어가야 하는데, 그래서 LTCC 공법을 적용하는 것이 기판에서는 난이도가 높다. 대신 LTCC는 위치 정밀성이 좋고, 전기 저항이 낮아 전도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화인세라텍 수원 공장 전경 / 사진=고명훈 기자
화인세라텍 수원 공장 전경 / 사진=고명훈 기자

각 공법의 장단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기술을 모두 보유한다는 건 사업적으로도 큰 강점이 된다. 현재 HTCC와 LTCC를 같이 하는 회사는 없다. 준비 중인 회사는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안 된 상태다. 당사가 두 가지 기술을 모두 보유해 현재 라인을 따로 깔아서 진행 중인 유일한 회사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HTCC를 적용한 세라믹 기판을 메인으로 납품 중이며, LTCC도 개발해서 납품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두 공법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형태의 재료와 공정 기술 관련해서도 당사는 특허 출원을 마쳤다. HTCC와 LTCC, 하이브리드까지 관련 소재 재료 기술 및 다층 폴리이미드 배선 회로 기술을 통해 프로브카드용 세라믹 기판 전문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로 10여건 이상의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 등록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국가에서 인증하는 NET(New Excellent Technology) 및 첨단기술제품확인도 취득했다.

-이런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우리는 HTCC를 기본으로 해서 사람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여기에 세라믹을 경험했던 다양한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LTCC나 다른 재료와 기술에 대해서 좀 더 빠르게 개발을 진행해왔다. HTCC만으로는 할 수 없는, 다른 회사들이 접근하지 않는 방법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했고 그러다 보니까 LTCC도 우선적으로 라인을 깔 수 있게 됐고, 하이브리드 형태도 빨리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를 얻게 됐다.

당사는 개발 엔지니어들이 대부분 제조 쪽을 경험한 사람들이고, 해당 분야에 역량이 있는 인재들로 구성돼 있다.

-올해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아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 앞으로 연구개발과 시장 선점 전략에 대해서 말해달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들어가는 대부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리와 같은 원자재 회사도 프로브카드 회사 자체의 매출이 줄었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당사는 현재 삼성전자향 프로브카드 회사와 SK하이닉스향 프로브카드 회사 모두에 들어가서 평가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내년 충분히 매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당사는 올해 다층 폴리이미드를 구현하기 위한 라인 투자에만 10억원 이상을 진행했다. 또, 작년부터 올해까지 소부장 양산 성능 평가 과제라는 국책과제 하나를 원활하게 잘 마무리했는데, 내년에도 그런 국책과제들을 같이 진행해서 별도로 우리가 하는 개발에 이용될 수 있도록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의 폼팩터 등 세계 프로브카드 1, 2위를 하는 회사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와 협업하는 부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당사는 국내 메모리 회사를 넘어 이들 글로벌 회사에도 접근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또, 삼성전자에서도 프로브카드에서 이원화 니즈가 많아지고 있는데 우리가 빨리 개발해서 그쪽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내년 매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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