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매출 1위지만 영업이익률은 중위권
현대차·기아, 매출 낮지만 수익성은 ‘최상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기록한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토요타, 폭스바겐이 차를 가장 많이 판매하며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는 등 판매실적, 매출액과 상반된 추이를 보였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23일 글로벌 6개사의 지난 1~3분기 누적 매출액을 산출한 결과 폭스바겐, 토요타, 포드, GM, 현대차, 기아 순으로 높았다.

각 사 매출액은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과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지난 세 분기 토요타(렉서스 등 산하 브랜드 포함)가 707만5000여대를 판매해 선두를 차지했고 폭스바겐(아우디 등 산하 브랜드 포함, 683만대), GM(438만대), 포드(400만대), 현대차(313만대), 기아(230만대)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토요타는 지난해 957만대를 판매해 1위에 올랐고 폭스바겐그룹(826만대), GM(594만대), 포드(424만대), 현대차 394만대, 기아 236만대씩 기록했다.

다만 각 사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을 의미하는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수치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토요타의 영업이익률이 10.1%로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한 폭스바겐(8.0%)보다 높았고, 현대차(9.7%)와 기아(12.0%)는 비교적 적은 매출액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6개사 중 최상위 수준을 보였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토요타, 부품난 해소·하이브리드차 인기에 마진 ‘쑥’

토요타는 지난해 사업상 큰 애로사항이었던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빠르게 해소됨에 따라 일본 뿐 아니라 미국, 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올해 친환경차 관심도가 더욱 높아진 반면, 고물가 기조 속에서 여전히 비싼 전기차를 기피한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차를 적극 구입한 것이 토요타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세 분기 실적을 고려해, 토요타는 연간 재무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인 토요타는 현지 회계 규정에 따라 매년 4월을 시작으로 이듬해 3월 말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회계연도로 적용하고 있다.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2024 회계연도의 매출액 전망치를 기존 38조엔(약 2550억달러)에서 43조엔(약 2885억달러)으로 높였고, 영업이익 전망치도 높여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7.9%에서 10.5%로 늘렸다.

사토 코지 토요타 사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각)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3에 참석해 전기차 콘셉트카와 전기차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토요타
사토 코지 토요타 사장이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각)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3에 참석해 전기차 콘셉트카와 전기차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토요타

토요타는 “견조한 수요에 따른 각 지역의 생산능력 향상으로 글로벌 판매와 생산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앞으로도 부품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고객들에게 최대한 많은 차량을 신속히 인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개선된 부품 공급 여건에 힘입어 판매량을 전년 대비 늘리는데 성공했다. 폭스바겐, 스코다 같은 보급형 브랜드 뿐 아니라 아우디와 포르쉐 등 고급차 브랜드를 운영하는 폭스바겐그룹은 권역별로 적합한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출시한 동시에 밴, 픽업트럭 등 상업용 차량을 공급 중이다. 올해 슬로베니아 홍수 사태, 비용 상승세 등 악재에 영향 받았지만 지역별 제품 구성(믹스)을 다채롭게 확보한 덕분에 양호한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빌 포드 회장이 지난 10월 16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에서 미국 제조업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포드 회장은 이날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파업을 멈추고 노사가 함께 뭉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포드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빌 포드 회장이 지난 10월 16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에서 미국 제조업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포드 회장은 이날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파업을 멈추고 노사가 함께 뭉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포드

◇포드·GM, 북미실적 주춤하고 해외선 부진

포드, GM은 거대 시장인 미국에서 대형 SUV와 픽업트럭 같은 고부가 제품을 활발히 판매하며 실적을 쌓아왔다. 다만 고물가 기조 속에서 제한적인 판매 증가폭을 보였고,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전기차 사업 수익성 악화 등 요인으로 인해 영업 마진을 부분적으로 상실했다. 해외 시장에서 주춤해 북미 실적에 더욱 의존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전기차 사업에서 효율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은 점도 실적을 갉아먹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 오토모티브 뉴스 등 일부 외신은 이날 2020년대 말 매출액 2800억달러 달성을 노리는 GM이 해당 목표를 달성할지 불투명해 보인다는 취지로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GM은 지속적으로 높은 가격과 마진을 유지하는 대형 픽업트럭과 대형 SUV와 같은 주요 부문에서 리더십을 확보해 왔다”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기존 모델보다 수익성이 높은 신형 SUV를 여럿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기아는 비교적 낮은 판매대수를 기록하며 1000억달러(약 130조원)에 못 미치는 매출을 거뒀지만 수익성은 타사를 뛰어넘었다. 양사 판매실적을 합치면 세계 3위 수준인 전기차 시장에서 이윤을 남기고, 값비싼 첨단 사양을 갖춘 신차의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판매실적을 늘렸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그룹은 시장 내 부담 요인에도 불구하고 그룹 주력인 완성차부문의 평균판매단가 강세 등에 힘입어 높은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를 지속 확대하더라도 영업실적 개선 추세에 따라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프, 푸조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텔란티스는 지난 세 분기 481만대를 판매하고 매출액 1565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세계 3위 수준을 보였다. 다만 사내 방침에 따라 분기별 영업이익을 발표하지 않아 사업 수익성을 타사와 비교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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