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갈등으로 사업 지연·철회 조짐···끝까지 갈 수 있는 해결책 내놔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모아타운’ 추진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속도전에 방점을 둔 모아타운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 전 통합심의 기능을 건축·도시계획 분야에서 경관·교통·재해·교육환경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앞으로 하나하나 따로 심의받을 필요 없이 한 번에 안건으로 올리는 게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사업 기간이 3∼6개월 이상 단축될 전망이다.

모아타운은 신·구축 건물이 혼재돼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역을 한 그룹으로 묶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소규모 정비 모델이다. 신속통합기획과 함께 오 시장의 핵심 주택공급 정책으로 꼽힌다. 서울에 주택 공급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현장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현재 모아타운 대상지 곳곳에선 원주민과 외지인 간 찬반 갈등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원주민들은 분담금 부담이 큰 데다 구역 내 공사 기간 동안 임대 수입이 끊길 것을 우려해 반대 의사를 적극 표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지인들이 사업 추진을 주도하면서 마찰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시장에선 이러한 갈등이 예견됐다는 반응이다. 모아타운 사업은 노후도 기준이 20년으로 재건축(30년)에 비해 짧고 주민 동의율 30%만 받으면 신청할 수 있다. 허들이 낮다 보니 일부 주민 주도로 선정됐다가 나중에 이를 안 주민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갈등을 빚는 지역은 주로 외지인이 동의서를 걷어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삼전동과 자양4동에서 모아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위원장들은 모두 비교적 최근 주택을 사들인 외지인으로 알려졌다. 합정동 428~437 일대는 외지인 위주의 원룸 빌라 소유주가 구에 모아타운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분이 많은 기존 주민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모아타운 1호’ 사업지인 자양4동은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미 사업 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모아타운 후보지는 75곳이다. 이 중 10곳만 사업지로 지정됐다. 자양4동이 빠질 경우 9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총 100곳을 모아타운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대로라면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10개 모아타운 대상지 모두 세입자 이주 보상안이 수립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속도를 내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원주민과 외지인 간 갈등을 봉합하고 예방하는 일이 먼저다. 아무리 심의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해도 주민협의가 선제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자양4동처럼 지정 이후에도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모아타운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만 앞으로 나간다고 해서 완성되긴 힘들다. 지금이라도 뒤를 돌아보고 더 앞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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