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애플페이 효과로 실적 개선 성공
현대캐피탈, 현대차그룹 금융지원 역할···신사업 모델 없어
실적 개선 위해 모기업 의존도 낮추고 독자 생존전략 찾아야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당기순이익 현황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 2021년 9월 경영 분리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신규 회원 수 확대 등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현대캐피탈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차 그룹의 금융지원을 하는 역할을 할부금융 서비스로 하고 있는 만큼 현대카드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독자생존 모델 확보 여부가 실적 개선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25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078억원) 대비 8.6% 증가했다. 자회사 매각으로 순이익이 늘어난 롯데카드를 제외하면 올해 3분기 순이익이 늘어난 카드사는 현대카드 뿐이다.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순이익은 6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1억원에 비해 31.5% 증가했다.

연체율 관리도 성공했다. 현대카드의 3분기 기준 연체율은 0.85%로 전년 동기(1.02%) 대비 0.17%포인트 하락했다. 충당금 적립액도 54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줄었다.

반면 현대캐피탈의 3분기 누적 순이익 31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영업수익은 2조4583억원에서 3조3068억원으로 34.5%(8485억원) 증가했으나 영업비용이 2조721억원에서 2조9538억원으로 42.6%(8817억원) 늘어났다.

4922억원에서 7929억원으로 61.1% 늘어난 이자비용이 영업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리스비용도 9079억원에서 1조440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자동차 시장 트렌드 변화에 따라 리스금융 영업을 확대했고 차량 구매 등 제반 비용도 함께 늘어났다.

이처럼 14년 만에 경영 분리된 이후 두 회사는 상반된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경영 분리 이후인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비교적 순항하는 성적표를 받기도 했지만 올해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지난해 전년 대비 1%대 성장한 4261억원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는데 당시 신용카드사를 제외한 여전사 148개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3.6%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경영 분리를 단행할 당시만 해도 카드에 비해 캐피탈이 더 나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최근 몇 년간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금융 부문을 전담하는 현대캐피탈이 후광 효과를 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대자동차가 역대 최대 경영실적을 경신하며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도 덩달아 함께 올라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경영분리는 양사에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현대캐피탈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이유로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를 꼽고 있다. 캐피탈사는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에 속하기 때문에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여신금융전문채권(여전채) 금리가 뛸 경우 캐피탈사들은 이자 비용 지급 부담이 커져 순이익이 감소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여전채 무보증 AA- 3년물 금리는 5.274%를 기록했다. 여전채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채권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사상 최초로 6%를 돌파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독자적인 생존 모델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점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로도 꼽고 있다. 현대카드도 여신전문금융회사로 채권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기는 했지만 지난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진출과 애플페이 도입 등을 통해 순이익 증가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큰 현대캐피탈은 그룹 직할 체제로 편입된 이후 이렇다 할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현대차·기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대캐피탈이 신사업 모델 발굴에 소극적이라는 것인데 최근에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모기업에 넘기고 공격적인 현대차·기아 금융지원에 나서는 등 금융업 본질보다 현대차 후방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도 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 지분구조를 보면 현대차 59%, 기아차 40% 등 현대차그룹이 거의 10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해 모기업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실적 개선을 위해 자동차의존도를 낮추고 독자 사업 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 부담이 늘었고 유럽 자회사인 '올레인'의 지분법 손실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이 감소했다"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한 건전한 재무구조 유지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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