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강북, 아파트값 2주 연속 하락···도봉 상승 멈추고 보합
서울서 가장 늦게 오르고 가장 빨리 떨어져
“대출 규제에 민감···금리 상승으로 매수세 위축”

한국부동산원은 5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이 0.10% 올라 지난주(0.09%)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고 20일 밝혔다. 6주 연속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단지 일대. /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숨 고르기에 돌입한 가운데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은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이른바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도봉·강북에서 부동산 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뒤늦게 회복세를 보였지만 다시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매수 심리가 빠르게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3일 기준)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 가격은 나란히 전주 대비 0.01% 떨어지며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내린 곳은 구로구(-0.02%)와 두 지역이 유일하다. 도봉구(0.01%→0%) 역시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됐다. 올해 서울에서 가장 늦게 집값 회복세를 보였는데 가장 빠르게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 초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이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필두로 지난 4월부터 회복세를 나타냈다. 노도강은 3개월 후인 지난 7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집값이 대폭 떨어진 뒤 가격 메리트를 보고 매수에 나선 이들이 많아진 영향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등도 수요가 많아진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가 본격화되고 금리 상승 등으로 구매자들의 자금 여력이 줄면서 노도강의 매수세도 빠르게 위축됐다.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지난 9월 말 이후 제한된 영향이 컸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기존 9억원 이하까지 허용되던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을 6억원 이하로 축소시켰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이미 11억원에 달해 영향이 크지 않은 편이지만 노도강 구축 아파트값은 대부분 9억원 이하에 해당해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매도 우위를 판단할 수 있는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주춤해졌다. 노도강이 속한 동북권은 83.4를 기록하며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낮았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외곽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라 금리 상승이나 대출 규제 강화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저가 매물이 모두 소진되고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비인기 지역이 먼저 된서리를 맞은 모양새다”고 말했다.

실거래 현황을 보면 하락 체감도는 더 크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5단지’는 전용면적 38㎡ 매물이 지난달 29일 3억1000만원에 팔렸다. 직전월(9월) 27일에 거래된 실거래가(4억250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빠진 금액이다. 해당 매물은 2021년 6월 5억6700만원 최고가를 찍은 뒤 올해 들어 3억~4억원대로 떨어졌다. 같은 단지 전용 44㎡ 매물도 지난달 26일 4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7월 24일 5억2500만원까지 회복했는데 3개월 사이에 1억원 이상 떨어진 셈이다. 해당 매물은 2021년 6월 5억67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올해 3월 4억원까지 하락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전용 84㎡가 지난 7월에 7억원이 넘는 금액에 손바뀜되기도 했지만 10월에는 6억4000만원 등 6억원대 중반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전용 134㎡는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9월만 해도 해당 면적대가 12억2800만원에 거래됐으나 한 달여 만에 1억7000만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매물이 쌓이고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노도강 부동산 시장의 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노도강이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며 “노도강은 노원구를 중심으로 매물이 많은 편이라 적체 현상이 심화되면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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