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죄질 나쁘다” 사실상 혐의 인정···검찰, 그룹 최상층 연루 가능성 수사
노조 측 “그룹 차원의 묵인이나 용인, 지시·협조 요청 있었을 것”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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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SPC그룹 계열사의 부당노동행위 수사가 그룹 최정점으로 옮아갈지 주목된다. 법원은 계열사 임원 2명에게 청구된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사실상 이들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며, 검찰은 그룹 최상층의 불법 연루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PB파트너즈 전무 정아무개씨와 상무보 정아무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죄질이 좋지 않지만, 잘못을 대체로 인정하며 반성한다”고 이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사유 중 주거부정, 증거인멸 염려, 도망 우려 등이 낮아 두 피의자를 구속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를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조직적 노조파괴 행위가 있었다며 사측을 부당노동행위와 업무방해로 고발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내부에서는 “SPC그룹 계열사의 부당노동행위가 법원에서 재차 인정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PB파트너즈 황재복 대표이사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문병호 공동행동 간사는 나아가 “PB파트너즈는 SPC그룹의 자회사라고는 하지만 독자적인 수익구조가 없고, 파리바게뜨에 인력을 보급하는 종속회사에 불과하다”라며 “그룹 차원의 묵인과 용인, 지시 또는 협조 요청 없이는 이런 범죄 행위를 할 이유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검찰은 부당노동행위가 PB파트너즈 법인을 넘어 SPC그룹 차원에서 노조 탈퇴 계획을 주도했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PB파트너즈에 이어, SPC그룹 본사의 허영인 회장 등 임원 3명 사무실과 사내 서버 등도 압수수색했다. 그룹사 전체와 그룹 최상층까지 수사를 확대한 것이다. 화섬노조 측은 PB파트너즈 뿐 아니라 던킨, SPL에서도 유사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최근 SPC그룹 임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 등에서 허 회장이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했을 가능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입건된 인원은 SPC본사, 자회사인 PB파트너즈, PB파트너즈의 다수노조 관계자를 포함해 40여명으로 확대됐다는 게 화섬노조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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