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올해 성장률 30% 수준에 그칠 듯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전환 속도 낮춰···투자 일정 지연 및 백지화
GM, 수출에선 선방 중이나 내수 부진 장기화···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판매 간섭 심화

/ 사진=GM한국사업장
/ 사진=GM한국사업장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당장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는 GM한국사업장이 근심을 덜게 됐다. 올해 들어 전세계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어서다.

GM한국사업장은 당초 전기차 생산 배정을 받지 못해 향후 경쟁력 악화가 우려됐으나, 전기차 속도 조절로 시간을 벌게 됐다.

20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은 1377만여대로 전년대비 성장률이 30%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21년 세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던 전기차 시장이 수요가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더뎌지고 있으며, 내년에는 20% 수준으로 올해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침체로 인해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일부 수정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오는 2026년 독일에 짓기로 한 전기차 전용 공장 계획을 철회했고, 동유럽에서 추진해 온 네 번째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 계획도 연기했다.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는 모습. / 이미지=셔터스톡
 / 이미지=셔터스톡

미국 포드는 당초 계획한 전기차 투자액 500억달러(한화 약 65조원) 가운데 120억달러(약 15조원)를 축소하기로 했다.

GM도 지난해 중반부터 내년 중반까지 2년간 4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GM은 미시간주에 건설하기로 했던 전기차 가동 시점도 1년 연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2035년까지 모든 생산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큰 틀은 변화가 없지만, 세부적으로는 속도를 늦추겠다는 계획이다.

GM한국사업장 입장에선 그동안 국내 생산 경쟁력을 높여 전기차 체제를 갖출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해 GM한국투자에 대한 약속을 받기도 했다. 실판 아민 GM 수석부회장은 윤 대통령과 만나 향후 한국 생산을 계속해서 늘려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내수다. GM 주력 모델인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해외 수출에선 호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10월 트레일블레이저 판매량은 6689대로 전년대비 48.7% 줄었다. 트랙스는 올해 첫 출시 이후 1만9713대를 판매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 출시에 따라 올해 신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다.

앞서 구스타보 콜로시 GM한국사업장 영업·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트레일블레이저 신형 출시 당시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다이나믹 듀오’로 서로 보완 효과가 있다”라며 “트랙스를 구매하러 왔던 고객이 트레일블레이저를 사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일어나는 등 두 모델이 서로 판매 간섭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부분변경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보단 완전 신형인 트랙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트레일블레이저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내에서 최근 소형 SUV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GM 입장에선 악재다. 경쟁모델인 KG모빌리티 티볼리는 올해 1~10월 5642대로 전년대비 43.7% 감소했고, 르노코리아 XM3도 7515대로 전년대비 51.3% 줄었다. 기아 니로는 작년보다 20.4% 감소한 2만488대에 그쳤다.

아울러 GM이 이달부터 트랙스 가격을 120만원 인상하기로 하면서 트랙스 판매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 사진=GM한국사업장
트랙스 크로스오버. / 사진=GM한국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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