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3사 주춤할 때 볼보·렉서스와 함께 상승세 보여
최근 해외평가 개선 흐름···콜건 대표 ‘성공 경험’ 기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판매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판매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올해 들어 지난해 대비 개선된 완성차 판매실적을 보이며 수입차 시장 내 고급차 선택지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독일차 브랜드가 주춤하고 볼보 같은 타 유럽 브랜드의 상승세가 돋보이는 가운데,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고객 선택을 받기 위한 전략을 이어가는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 상반기 랜드로버 브랜드 신차 종을 출시한 후 이날 현재까지 비교적 잠잠한 마케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월 운영 개시한 온라인 차량 구매 플랫폼 ‘랜드로버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신차 고객에게 3년, 5년 기간의 무상보증 및 긴급출동 서비스를 지원하고 대시캠과 하이패스 단말기를 설치해주고 있다. 디스커버리 등 일부 모델에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 중이다. 벤츠, BMW 등 유력 브랜드들이 최근 수천만원씩 인하한 가격에 차량을 판매하는 것에 비하면 평이한 규모의 혜택이다.

다만 소비자들은 신차와 각종 프로모션에 관심을 보이며 차량을 작년보다 더욱 많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올해 들어 10개월간 4337대 판매해 지난해 연간 판매량(3276대)을 이미 넘어섰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올해 성적은 같은 기간 벤츠(-4.4%), BMW(-3.1%), 아우디(-10.7%) 등 브랜드가 삐끗했던 점에 비하면 돋보이는 성과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해 출시 후 올해 수입 물량을 늘린 레인지로버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비롯해 8인승 오프로더 올 뉴 디펜더 130 등 신차로 실적을 개선했다. 2021년 이후 출시한 신차에 티맵모빌리티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 장착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한 점도 고객 만족도 제고에 유효했던 요소로 분석된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올해 각종 신차로 출시 효과를 봤다”며 “레인지로버 스포츠, 디펜더 등 신모델이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랜드로버의 8인승 SUV 올 뉴 디펜더 130. / 사진=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랜드로버의 8인승 SUV 올 뉴 디펜더 130. / 사진=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볼보·렉서스, 올해 독일차 수요 일부 흡수···랜드로버도 상승세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인기를 끌어온 독일차에 피로감을 느낀 수입차 구매층이 다른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판매실적 기준 상위 브랜드 5곳 중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고객 구매경향 변화의 대표적 수혜자로 꼽힌다.

볼보는 지난 10개월간 1만3770대 판매하며 올해 1만5000대 기록을 업력상 두 번째로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8월 출시한 전기 SUV 모델인 XC40 리차지의 연식변경모델을 제외하고 별 신차를 내놓지 않았지만, 브랜드 고유 감성과 상품성으로 호평받으며 독일차 수요를 흡수했다는 평가다.

실제 국내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프리미엄 차 구매를 계획 중인 고객 5002명을 설문한 결과 볼보를 구매 1·2순위로 꼽은 응답자 비율이 9.1%로 수입차 중 벤츠(20.4%), BMW(16.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아우디(6.1%), 포르쉐(3.9%)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해당 조사에서 상위 브랜드 간 경쟁에 끼지는 못했지만 볼보, 렉서스와 함께 올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고급 수입차 브랜드의 반열에 올랐다.

/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국내 송출되고 있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영상 광고. / 사진=유튜브 캡처

◇드라마 ‘스카이캐슬’ 지원성과 이을 마케팅 전략 부재

다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실적 개선 추세에도 아쉬움은 남는다는 분석이다. 2018~2019년 1만대를 훌쩍 넘기던 때에 비하면 올해 실적은 여전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 속 고급차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수요 창출에 필요한 마케팅 전략을 충분히 펼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흥행한 TV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차량을 지원한 간접광고로 재미를 봤지만 이를 이을 만한 효과적 마케팅 성과가 나오지 않아 상승 모멘텀을 잃은 모양새다.

제품, 서비스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외부 기관 평가 결과도 엇갈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 POWER)는 지난 2월 미국 소비자 설문 결과 차량 1대당 문제점 수로 순위를 매긴 신뢰성(Dependable) 조사에서 랜드로버 2020년식 차량(출고 3년 경과)에 최하위 점수(273 PP100)를 줬다.

반면 지난해 12월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원(Motor1)은 랜드로버 2022년식 레인지로버를 ‘최고의 고급차’로 선정했다. 신차 연식변경 후 외부 평가가 나아지는 흐름 속에서 품질, 서비스 수준에 대한 국내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 / 사진=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 / 사진=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콜건 대표, 10년전 MENA 지사 대표로 성공 경험 갖춰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 2020년 10월 부임해 올해 3주년을 맞은 영국인 로빈 콜건 대표의 리더십에 의지하고 있다. 영국인인 그는 품질, 고객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 개선을 위해 영국 본사와 긴밀히 소통하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영국 기업의 이익증진을 위해 운영되는 주한영국상공회의소와 협업해 공익 캠페인을 전개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과거 중동, 북아프리카(MENA) 지사 대표를 역임한 시절 거둔 성과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코노믹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콜건 대표가 MENA 지사를 맡은 마지막 해인 2013년 재규어랜드로버의 현지 매출액은 전년 대비 46%나 증가하며 글로벌 평균 실적 증가폭 19%를 크게 상회했다. 콜건 대표는 당시 성과를 인정받아 글로벌 브랜드 담당, 해외 시장 운영 담당, 아태권역 수입 담당 등 글로벌 사업 관련 요직을 거쳤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2025년 전기차를 비롯한 라인업 대폭 재편을 앞둔 본사의 전략에 발맞춰 사업을 이끌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고객 서비스시설, 차량 가격 정책, 사업 목표 등을 재구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년 재규어를 전기차 브랜드로 새롭게 론칭하는 한편 브랜드별 전동화 라인업을 보강할 계획이다.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디펜더 등 시리즈를 하위 브랜드로 격상시켜 제품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당시 재규어 랜드로버 본사의 최고사업책임자(CCO)인 레너드 후르닉이 방한해 글로벌 사업 계획을 소개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콜건 대표는 간담회 현장에서 “한국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전례 없던 모던 럭셔리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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