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체제 도입해 중앙회장 권한 축소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일부 내용 아쉽다는 평가
전문경영인 1명 이사회 둔다고 내부 유착관계 해체 한계 지적
금융당국으로의 감독권 이관 필요···새로 도입된 견제장치들이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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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중앙회장의 권한을 축소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을 놓고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부 내용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경영인 1명을 이사회에 둔다고 문제의 본질이었던 내부 유착관계를 해체하기에는 한계라는 비판과 함께 총 자산 규모가 3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새마을금고가 성장한 만큼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혁신위)는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중앙회 회장의 역할 제한이다. 회장은 비상근으로 대외 활동과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1회 연임이 가능(최대 8년)하던 회장직은 4년 단임제로 바뀐다.

중앙회 업무 전반은 '경영대표이사' 자리를 신설해 맡긴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경영대표이사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사추천위원회 추천을 통해 선임한다. 임기는 2년이며 2년 이내 연장할 수 있다. 중앙회장 아래에는 '금고감독위원회'를 설치해 개별 금고의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한다.

중앙회 외에 개별 금고 이사장의 연임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개별 금고 이사장직은 임기 4년으로 2회 연임이 가능하다. 최대 12년이지만 실제로는 편법을 써서 그 이상 이사장을 맡는 일이 흔했다. 새마을금고는 12년을 초과해 재직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새마을금고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고 상근이사에 대한 평가제를 도입하고, 간부 자격시험에서 이사장 추천을 기준으로 삼던 종전 제도의 불합리를 개선해 근속연수와 성과를 반영하는 쪽으로 바꾼다.

총 자산 290조6000억원(지난 6월 기준)에 달하는 새마을금고 지배구조는 중앙회 회장에게 예산·인사 등 권한이 집중돼 있지만 견제가 미흡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앞서 최근에는 박차훈 전 중앙회 회장 등 42명이 금품수수 등 비위 의혹으로 대거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안에는 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 유착관계를 해체할 수 있는 대안이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경영인 1명을 이사회에 둔다고 해 금고 출신 이사장과 임원들의 유착을 막기에는 한계라는 의견이다. 지역 금고 이사장이 포진한 중앙회 이사진이 지역 금고를 감시하는 것은 감시 기능 악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연스레 이러한 논란은 감독권 이관 문제로 확대된다. 새마을금고가 수술대에 오른 발단은 대규모 인출사태와 임직원의 비위 등 내부 통제와 관리감독의 한계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발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로 인해 전체 금융권이 혼돈에 빠지기도 했다. 새마을금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금융 안정성의 문제라는 인식에 따라 극약처방이 요구돼왔다. 감독권 이관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이에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감독권 이관은 국회 및 관계부처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새마을금고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경영혁신안을 두고 현행 체계를 유지하면서 상시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혁신안은 감독권한을 그대로 두는 대신 몇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하긴 했다"면서도 "그래도 본질적인 감독 이관 문제를 덮어둔 채 새로 도입되는 견제장치들이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번 경영혁신안을 담은 개정법안은 이르면 이번주 중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될 예정이다. 다만 정기국회가 한 달 정도 남았고 이후 곧바로 총선 정국으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관련 법률 개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새마을금고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규정들은 내년 상반기 중에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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