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만 해도 같은 지역서 유사한 조건에 나온 5개 필지 예정가의 2배 이상 값에 낙찰
올해는 금리인상과 공사비 급등에 입찰요건 완화 불구 유찰 못 피해

/ 표=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2년 간 공급된 평택고덕계획지구 중심상업용지 개찰 결과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토지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시행 주체들이 이자부담과 공사비 급등에 따른 부담감에 새로운 사업 추진을 위해 토지를 사들이는 것에 몸사리는 영향이다.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입찰공고 및 개찰 결과를 보면, LH가 지난달 25일 공급공고한 평택고덕국제화계획지구 중심상업용지는 유찰됐다. 해당 필지는 1호선 서정리역에서 1.3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있으며 고덕 자연앤자이, 고덕신동아파밀리에 등 주거지역에 둘러쌓여 있는 1663㎡(구 503평형) 토지다. 공급예정금액은 183억원에 용적률 500% 이하를 적용받으며 최저 5층, 최고 8층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LH는 통상 입찰보증금을 입찰금액의 10%를 받아왔으나 참여유도를 위해 5%로 내렸다. 또한 토지대금은 1년 6개월 간의 거치기간을 포함해 5년 간 무이자 분할 납부를 하도록 참여 문턱을 낮췄다. 그럼에도 응찰한 곳은 한 곳도 없었던 것이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영 딴판이었다. 시행사들은 서로들 토지를 사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일례로 LH가 같은 평택고덕국제화계획지구 중심상업용지를 공급했던 2021년 11월에는 5개 필지를 내놓았지만 5개 모두 곧바로 주인을 찾았다. 이뿐만 아니라 5필지 모두 낙찰율이 최저 204.84%에서 최고 251.94%를 기록하며 감정가의 2배 이상 값에 낙찰됐다. 당시는 계약금도 5%가 아닌 10%였고, 면적도 이번에 공급한 필지와 유사한 수준인데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이날 입찰 마감인 평택고덕 기타업무용지 20개 필지 분양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급된 토지가 유찰되는 것은 특정 지역만의 분위기는 아니다. LH가 양주옥정에서 공급한 근린상업·주차장·일반상업 용지 8개 필지도 모두 주인을 찾는데 실패했다. 필지별 공급예정가격은 최저 14억원에서 최고 78억원이다. 양주옥정 지역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착공,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등의 개발 호재가 있고, 이로인해 한때 주택가격도 급속도로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개발업체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배경으로는 시장여건 악화가 꼽힌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개발 주체들이 새로운 사업을 위해 토지를 사들이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3~6.25% 수준이다. 공사비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이달 초 밝힌 공사비지수(기준점 100)에 따르면 9월은 153.67로 3년 전(119.87)보다 28.2%나 오른 수준이다.

이처럼 대출이자와 공사비가 늘었더라도 분양가를 높여 공급해 잘 팔리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공실은 늘고 수익은 떨어지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2분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가 13.5%로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p), 소규모 상가는 6.9%로 0.1%p 상승했다. 또, 전국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중대형 상가가 0.03%, 소규모 상가 0.14%, 집합 상가는 0.11% 하락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뜸해지는 추세는 아파트 뿐만 아니라 상업시설에서도 두드러진다”며 “고금리가 지속되는 한 토지시장은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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