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글로벌 전기차 판매 966만대로 전년대비 36.4% 증가
같은 기간 국내 판매는 11만7611대로 전년대비 1.9% 감소
세계 1·2위 기업인 BYD와 테슬라의 국내외 영향력 차이 커
완성차 기업들, 전기차 수요 둔화에 중저가 라인업 확대하며 반전 기대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국내외 전기자동차 시장 온도차가 뚜렷하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비해 국내는 오히려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15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 등록대수(PHEV 포함)는 966만대로 전년대비 36.4% 증가했다. 중국이 점유율 57.9%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33% 커지며 성장을 이끌었다.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판매도 406만대로 전년대비 41.3% 증가했다. 유럽은 31.1%, 북미는 53.4% 등 주요 자동차 선진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비해 국내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줄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전기차 판매는 11만7611대에 그치며 전년대비 1.9% 감소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2021년과 비교해 73.6% 늘어난 11만9841대를 기록한 점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 BYD·테슬라 등 세계 전기차 선두기업, 국내선 빠져

국내외 전기차 성장률이 상반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BYD와 미국 테슬라 차이다.

BYD와 테슬라는 전세계 전기차 1, 2위 기업으로 글로벌 판매를 이끌고 있지만 국내에선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BYD 판매량은 199만여대로 전세계 시장 점유율 16.4%를 차지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132만여대로 12.8%다. 성장률도 BYD는 전년대비 71.7%, 테슬라는 45.7% 늘어났다.

하지만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가 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내수용으로 팔리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물량 공급과 가격 문제 등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

테슬라 주력 차종 중 하나인 모델3는 올해 사실상 한국에서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며, 또다른 핵심 차인 모델Y도 후륜구동(RWD) 트림 하나만 판매 중이다. 이에 올해 1~9월 테슬라코리아 판매는 9047대로 전년대비 30.6% 감소했다. 이마저 지난 9월 모델Y RWD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반영된 결과다. 모델Y는 지난 9월 한 달만에 4206대를 판매하며, 그 이전 테슬라 누적 판매(1~8월 4546대)에 육박한 수치를 기록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아울러 원달러환율 강세로 국내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경쟁력이 악화된 점 등도 국내 테슬라 판매 부진 이유로 꼽힌다.

또한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을 이끈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이 출시한지 2년이 지나가면서 신차 효과가 약화된 점도 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10월 아이오닉5 판매량은 1만4091대로 전년대비 43.1% 줄었고, EV6는 1만5438대로 전년대비 27.6% 감소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내년 중소형 모델 중심으로 대중화 본격화

올해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고, 국내에선 판매가 줄어드는 등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반전이 예상된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큰 틀에서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려서 (투자 확대를) 해볼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공식 현장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울산 전기차 공장 기공식 현장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그룹

그동안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수익성과 기술력 등을 이유로 준중형급 이상의 차종을 중심으로 전기차를 내놓았지만, 내년부터는 가격대가 저렴한 중소형 전기차들 출시가 이어지면서 대중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지난달 열린 EV데이를 통해 EV3, EV4, EV5 등을 국내 공개한 바 있다. 기아는 내년 2분기 말에 EV3를, 4분기 말에 EV4를 각각 출시할 계획이다. EV3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며, EV4는 세단이다.

구체적인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EV3와 EV4는 3만5000달러(약 4560만원)부터 판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글로벌 기준으로 국내 상황과 보조금 등을 고려하면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V3. / 사진=기아
EV3. / 사진=기아

현대차는 내년 소형차인 캐스퍼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더불어 현대차는 울산 전기차 공장을 통해 오는 2026년부터 연간 2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기아도 화성에 연간 15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궁극적으로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생산량도 364만대까지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테슬라도 최근 독일에서 3000만원대의 저렴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으며, BYD도 현재 국내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테슬라의 중저가 전기차 출시와 BYD 국내 판매 등이 이어질 경우 전기차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 다시 한번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